관권­금권 맞붙은 울산/이상일 기동취재반(총선 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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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집권여당과 국민당(현대그룹)이 자존심을 걸고 격돌하고 있는 울산시·군이 관권·금권의 실력대결장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민자당을 대리한 당국은 연일 「삼태기로 앞가리기」식의 속들여다 보이는 선심행정을 남발하고,국민당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 현대측도 이에 뒤질세라 금력으로 선심을 과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지난달말 북부순환도로 중구지역 일부 개통식을 이 지역 민자당 「의원님」을 모시고 치렀으며 ▲이에 앞서 멋쩍게도 이미 공정이 7%나 진척된 상태에서 중구 학성교기공식을 가졌다.
울산시는 이어 계획에도 없던 시내 12개동 하수관거 추가부설과 다운지구 지하수개발사업을 이달안에 시작하겠다고 해 시민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또 ▲아파트지역 오물수거료 인하를 위한 조례개정검토 ▲노인복지예산 5배 증액과 노인건강진단 실시 ▲시·구청과 42개동 취업정보센터에 전담인원배치 및 전산장비설치 등이 불과 며칠새 쏟아져 나왔다.
울산 남구청은 한술 더 떠 예산책정도 안된 상태에서 관내 경로당·어린이놀이터시설을 곧 점검·보수할 것처럼 발표,실소를 자아냈다.
그룹직원들에게 70억∼80억원어치의 쌀을 돌려 말썽을 빚은 현대측의 선거용 금권과시도 관권에 못지않게 만만찮다.
정몽준 의원은 최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대에 앞으로 4년간 1백억원을 출연하겠다며 올해분 25억원을 냈고 5일에는 앞당겨 완공한 선거구의 동부도서관(30억원 소요) 개관식을 가졌다.
또 8억원규모의 예산으로 각각 방어진과 전하동에 경로당·고아원 신축을 시작했다.
이밖에 현대계열사 부단위 회식이 계속되고 있는 것과 현대가 87년부터 노조측과 치열하게 줄다리기해온 해고자 복직문제에 갑자기 적극적인 것도 선거용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주체가 관이건 민이건 선거용 선심사업의 경우 뒷마무리가 야무지지 못한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이들 사업은 선거만 끝나면 중도 유야무야되기 일쑤고 기껏해야 처삼촌묘 벌초하듯 건성으로 마무리돼 결국 부실을 낳아온 것은 모두가 겪어온 일이다.
관권과 금권의 일대 회전장이 된 울산에서 난비하는 선심사업들의 고삐를 잡기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이제 기대할 것은 달콤한 유혹에 현혹되지 않는 이곳 유권자들의 냉철한 한표밖에 없는 것같다.<울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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