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뺀 '아태 안보연대'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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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과 일본.호주가 12일 도쿄(東京)에서 3국의 외교.국방부 국장들이 참가하는 회의를 연다.

지난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존 하워드 호주 총리가 서명한 '안전보장 공동선언' 이후 미.일.호주로 구성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3각 연대 출범을 알리는 첫 실무 회동이다.

일본에서는 외무성의 니시미야 신이치(西宮伸一) 북미국장과 방위성의 오후루 가즈오(大古和雄) 방위정책국장이, 미국에서는 제임스 신 국방부 차관보 대리, 호주에서는 노블 국방부 차관보 등이 참석해 북한 정세 등 지역 안보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

일본이 미국 이외의 나라와 외교.국방 당국자 회의를 열기는 처음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는 ▶미군과 일본 자위대에 호주군이 새로 참가하는 공동훈련을 하고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보강에 관한 협력 방안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 아태 지역 안보 3각 연대 출범=2월 일본을 방문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미 해군이 주둔하고 있는 요코스카 기지를 방문했다. 체니 부통령이 미.일 군 간부들과 이례적으로 자리를 함께한 것이다. 당시 참석했던 일본군 관계자는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파견과 육상.항공자위대의 이라크 파견, 테러와의 전쟁을 둘러싼 미.일 연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3주 뒤 일본을 방문한 하워드 호주 총리는 아베 총리와 양국 간 안보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양국의 공동선언에 앞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하워드 총리가 "일본의 역내 역할 확대가 미국.호주와 지역 이익에 부합한다"는 뜻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군과 일본 자위대는 이미 캄보디아.동티모르.아프가니스탄 등의 국가 재건 사업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이라크 육상자위대의 치안 유지를 호주군이 담당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군사 친선훈련도 12번이나 했다. 과거 어느 때보다 끈끈한 미.일, 미.호주 동맹관계가 자연스레 3각 연대로 발전한 것이다.

◆ 중국 견제 위한 포석=세 나라는 모두 이번 회의가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라는 일부의 시각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전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재난 등에 3국 군이 협력할 수 있는 태세를 만들어 두자"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거 미.일, 미.호주 등 역내 양자동맹을 통해 소련을 견제해 왔던 미국이 이번에는 중국 견제를 위해 그 틀을 3국 동맹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도 "미국의 목표는 군사.경제적으로 급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민주주의.자유.인권 등의 가치를 아태지역에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과 호주도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의식하고 있다. 중국은 올 초 지상의 탄도미사일로 859㎞ 상공의 위성을 요격하는 실험에 성공했으며, 해양조사선으로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ZZ)을 침범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국이 군사비를 19년 연속 두 자릿수로 늘리며 정치에 이어 군사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현실이 가장 큰 자극이 됐다.

중국은 3국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3국 연대에 대해 "앞으로 중국의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라고 비난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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