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회귀와 북한의 선택(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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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이 다시 경제색깔로 물들고 있다. 1년 남짓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던 덩 샤오 핑(등소평)이 음력설을 전후해 남쪽 경제특구를 시찰하면서 나타났던 개혁파의 복귀조짐들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개혁·개방을 확대해야 한다. 개혁없으면 정지하고 정지하면 후퇴한다」「자본주의라고 생각되는 것이라 할지라도 필요하면 이용해야 한다」는등 등의 말이 흘러나온데 이어 이제는 이러한 말들이 학습활동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특구 시찰때 했다는 강화를 당중앙문건으로 지정해 거당적 학습활동을 개시했다는 보도다.
그 강화 내용중에서 「개혁·개방을 게을리 하는 자는 즉시 물러나야 한다」「장기안정을 위해서는 젊은 지도자들을 등용해야 한다」는 말들이 흘러 나오고 있다. 금년 가을로 예정된 14차 당대회를 앞두고 노선투쟁·권력투쟁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단계에서의 보혁대결은 등소평의 두둔으로 개혁세력이 공세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민일보를 비롯한 언론매체에 개혁과 개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보수 원로지도자들의 입에서도 그 필요성을 새삼 강조하는 말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개혁을 주춤하게 했던 천안문의 유혈사태 이후 엄격한 규율준수,이념과 조직강화의 깊은 수렁에 빠졌던 중국이 결국 경제활성화 쪽으로 되돌아 오고 있는 것이다. 개혁을 추진하는 중국의 이러한 모델은 체제 유지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와해된 소련에 비해 분명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정치개혁을 경제개혁에 선행했던 소련의 실패는 단순히 거대한 국가의 해체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그 심각한 후유증을 계속 남기고 있다. 침체된 경제,식료품 등의 물자부족,높은 인플레 등의 수렁에서 러시아 연방등 독립국가연합(CIS)들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성공뒤에는 물론 많은 희생이 뒤따르고 있다. 경제개혁을 추진하며 필연적으로 따르지 않을 수 없었던 체제개혁 욕구의 분출로 결국 천안문의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천안문사태 진압으로 정치적 안정을 이루기는 했으나 그 대가는 컸다. 이념을 강화하며 체제안정을 꾀할 수 있었던 대신 경제발전은 희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사회주의체제의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하든 혼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두 사회주의 대국의 경험에서 증명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제 경제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외부경제에 눈을 돌리고 있는 북한의 선택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중국식 개방모델을 배우고 채택하려는 북한의 경우,그러나 중국정도의 발전을 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위 주체사상을 중심으로 한 엄격한 사상통제와 기본권의 제한을 손쉽게 풀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적어도 중국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데서 중국에 새로 불고 있는 개방분위기는 우리에게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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