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격 전면자유화/의약품등 일부품목만 제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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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IMF 요구에 따른 조치/국영기업 독점상품 가격인하 추진
【모스크바 로이터=연합】 러시아 정부는 내달말까지는 의약품등 극히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생필품에 대한 가격통제를 해제할 방침이라고 이타르 타스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예고르 가이다르 러시아 제1부총리는 이날 보리스 옐친 대통령 주재로 고위정부 관계자 회의가 끝난뒤 이같은 방침을 발표,의약품·유아식·지역 공공서비스 부문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물품가격을 전면 자유화할 것임을 밝혔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연료와 전력가격도 겨울철이 끝나는대로 점진적으로 자유화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국제통화기금(IMF)측 요구사항을 이행키 위한 것으로 IMF에 그 내용이 문서로 제출될 것이라고 가이다르 부총리는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이와 함께 일부 국영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일부품목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과 관련,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취해나갈 방침이라고 가이다르 부총리는 공개했다.
가이다르 부총리는 이번 조치가 실행에 옮겨질 경우 『올해말까지 러시아에 정상적 시장기구가 기능을 발휘하게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올초 가격자유화조치가 시행된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인플레율도 연말무렵에는 월 2∼3%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러시아측은 IMF정회원 가입을 위한 기금분담금으로 4% 남짓한 수준이 현실적 적정규모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옐친 대통령 정부는 올초 생필품 대부분에 걸쳐 가격자유화정책을 시행,혹심한 물가앙등현상을 초래했다.
◎외자 유치위한 고육책/IMF의 6백억불규모 지원 기대(해설)
러시아정부가 27일 거의 전면적 가격자유화조치를 조속 실시키로 한 것은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확보하려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희망을 실현시키는데 필수적 조치다.
러시아는 아직 지난달 2일 도입한 일푸 품목의 가격자유화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지난해말에 비해 물가는 3∼5배나 뛰었고 러시아각료들 스스로 전국민의 90%가 최저생계비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라고 실토할 정도다.
기대했던 수준만큼 상품이 시장에 몰려들지도,생산성이 늘지도 않았다. 정치사회적으로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이번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받아들여 가격자유화의 폭을 보다 더 확대하기로 했다.
동유럽의 경제개혁과정을 통해 서방의 경제학자들은 ▲전면적 가격자유화 ▲재정적자감축을 위한 재정개혁 ▲기업·국유재산 민영화 ▲교역자유화 ▲자본주의 시장질서에 대한 법적·제도적 정비 등을 가급적 빠른시일안에 동시 도입하는 것이 시장경제화의 요체라고 주장해왔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단계적인 방법을 도입할 경우 그만큼 시장구조는 왜곡되게 마련이고 해외자본의 활발한 유치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해외자본의 유치없이 사실상 수십년동안 멈춰서있던 러시아경제를 다시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이 러시아 관리들의 거듭된 호소였다.
따라서 서방의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면 당장 고통이 좀더 몰려오더라도 추가 가격자유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세계경제로의 조속한 편입을 염두에 두고 최근 없는 살림에 달러화를 매각,루블화를 안정시키려 안감힘쓰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렇게 안간힘쓴다 하더라도 IMF등으로부터 공공차관을 단시일 안에 많이 얻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IMF로부터 총 6백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지원이 이루어지려면 IMF의 기금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
IMF회원국들은 이미 기금확대에는 합의한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자신의 추가 출연몫인 1백20억달러에 대한 의회승인을 미루고 있다. 더구나 미국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있고 선거철이어서 의회·백악관 어느쪽도 선뜻 의회승인을 주도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미국은 IMF의 19% 의결권을 갖고 있다. IMF는 모든 중요 결정을 85%찬성으로 처리하고 있다. 미국의 참여없인 러시아에 대한 어떤 지원도 쉽지 않다.
러시아의 몸부림이 가시적인 성과를 맺기까지 국내외적으로 넘어야 할 고비는 아직 중첩돼 있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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