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주영 되기 싫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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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정주영 후보가 되고 싶지 않았다."

범여권에서 지지도 1위를 달리다 도중 하차한 고건(사진) 전 국무총리가 10일 심경을 밝혔다. 그는 올 1월 불출마 선언을 한 뒤 공개 활동을 접었다.

고 전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앞뒤 말이 바뀌는 정치권의 본질 때문에 정치의 장벽이 의외로 높았음을 절감했다"며 "정주영씨도 신당을 만든 적이 있는데, (내가) 신당을 차리겠다고 했을 때 여당 의원들이 처음에는 상당히 호의적이더니 정작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믿었던 의원들이 흔쾌히 내 뜻에 동참해 주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1992년 통일국민당을 창당하며 14대 대선에 출마했으나 3위에 그쳤다.

고 전 총리는 "일부에서 내가 ('고건 총리 임명은 실패한 인사였다'고 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나가떨어졌다고 하는데 그런 건 절대 아니다"며 "애초 정치권에 나갈 때 대선의 해 1월에 출마하든 아니든 어떤 식으로든 결정하려 했고 결과적으로 그 말을 지켰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일절 정치 얘기를 하지도 듣지도 않으니 오히려 홀가분하다"며 "연말 대선 때까지는 움직이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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