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지 돌며 느낀 향기 덕분 주제곡 작업은 일사천리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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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이 12일 개봉한다. 감독은 "지금껏 내가 만나본 그 어느 영화음악보다 훌륭하다 "며 '천년학'의 음악에 대단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감독이 칭찬한 사람은 재일한국인 음악가 양방언(47.사진)씨다.

양씨는 "보통 영화음악은 편집화면을 보면서 하는데, 감독은 촬영과 음악이 서로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감독과 함께 현장을 돌며 직접 느낀 '향기' 덕분에 만족할만한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양씨는 해남 땅끝마을, 제주도 등 촬영지를 세 번 방문한 느낌을 재료로 주제곡 몇 곡을 만들어 감독에게 줬고, 감독은 그것을 들으며 영화를 찍었다. 한국의 토속적 풍경에서 '향기'를 느꼈다고 했다. 일종의 '직관'과 비슷했다.

"일단 향기를 느끼면 작업은 일사천리죠. 향기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옵니다. 제가 원하는 것도 그런 힘있는 음악이죠."

'천년학'의 음악은 동양적 한과 흥을 표현하면서도 현대적 선율을 놓치지 않는다. 국악기.판소리 등 한국적 요소와 현대음악.클래식 등의 서양적 요소가 하모니를 이룬다. 한국영화 처음으로 녹음작업에 참여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웅장한 스케일로 OST에 힘을 실어줬다.

"한국의 전통 요소가 많다 보니,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무척 흥미로워 했어요. '감독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영국에서도 개봉하는가'를 묻는 이들도 많았죠."

양씨는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양방언, 천년학과 함께 비상하다'라는 제목의 대규모 영상콘서트도 연다. '천년학'은 물론 그가 작업해온 영화.애니메이션.게임.다큐멘터리 등의 음악을 새롭게 편곡해 선보인다. 그는 "피아니스트 양방언과 영상음악가 양방언, 그 두 바퀴를 계속 굴려가겠다"고 즐거워 했다.

글.사진=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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