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권 공장 이것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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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연탄공장에서 날아오는 탄가루, 제철공장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매연 등으로 하늘은 온통 잿빛이다.
각종 공장폐수가 흘러들어 이미 썩어버린 도림천에서는 심한 악취가 코를 찌르고 도로의 절반을 차지, 철판·철근등 원자재를 싣고 내리는 차량들로 공장지대 이면도로는 언제나 북새통이다.
방림방적·대성연탄·한국타이어 등 1천3백여 유·무허가공장에서 발생하는 매연·분진·소음 등으로 환경오염이 심화되고 있는 서울 문래동 남성아파트주변의 삭막한 풍경이다.
이 아파트 4백여 가구 2천여명의 주민들은 도림천 주변에 들어선 수백여 공장에서 발생하는 매연·고무냄새 등 악취 때문에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창문을 닫아놓고 생활하고 있지만 「아파트보다 공장이 먼저 들어섰다」는 이유 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공해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 각종 공해업소를 지방으로 이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공업배치법이 시행된지 10년-. 그러나 아직도 수도권지역 곳곳에는 4만여개의 등록·무등록 영세공장이 산재해있으며 이들 공장중 주택가 등을 파고든 3만여개의 무등록 영세업소는 일선 시·군의 끈질긴 단속 속에서 숨바꼭질 가동을 계속하며 매연·폐수·분진 등을 배출, 환경오염을 심화시키고 있다.
◇무등록 영세공장=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공장은 모두 1만1백69개. 여기에 무등록공장 3천9백50개와 종업원 16명이하 및 공장면적 2백평방m미만이어서 법상 자영업으로 분류되는 공장(1만1천개 추정)까지 포함하면 2만5천여개에 이른다.
이밖에 신천·경기지역 공장을 포함할 경우 수도권 지역에서 가동되는 공장은 총4만여개소. 이중 절반이 넘는 2만3천여개소가 무등록공장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들 업소들은 주거지역 등에 산재해 있어 매연·소음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의 진정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수도권지역 무등록공장 실태조사결과 적발된 무등록공장은 2만2천여개소. 이중 90%인 1만9천여 공장은 주거지역등 비 공업지역에 위치해 있거나 매연·폐수 등을 유발하는 비 도시 업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의 경우 도시계획법상 공장이 들어설 수 없는 독산·장안·화곡·염창·면목·응암·상도·화양동 등 도심재개발지역이나 변두리지역 곳곳에 무등록 영세공장들이 밀집, 사실상의 소규모공단을 형성하고 있는 실정.
◇주민피해=공단밀집지역 주민들은 매연·분진보다도 각종 소음공해에 더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부터 실시한 공해공장단속결과 각종 공해물질배출로 적발된 총6백65개 공장중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소음유발로 적발된 공장이 전체의 77%인 5백14개에 이르고 있다.
서울 면목2동에서 S여관을 경영하는 설모씨(61)는 지난해 초 여관뒤편의 낡은 단층건물에 들어선 플라스틱·철판볼트제작공장 등 4개 영세공장에서 발생하는 쇠 자르는 소리·모터소리 등 각종 소음 때문에 손님이 끊겨 여관 문을 닫아야할 판이라며 서울시에 공장이전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무등록 영세공장의 매연·폐수방류에 따른 하천오염도 심각하다.
경기도 양주군 은현면 봉암리와 남면 한산리 일대에 들어선 무등록 6개 공장을 포함한 20여 피혁·섬유공장들은 폐수정화시설을 갖추지 않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공장폐수를 한탄강 지류인 상패천으로 방류, 하천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이들 업소들은 보일러가동 연료비 절감을 위해 폐타이어를 연료로 사용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폐타이어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검은 분진과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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