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도입 시기 맞추려 공시가격 몇달 사이 급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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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단독주택 공시가격 체계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땅이 넓고 값이 비싼 집일수록 공시가격이 땅값에도 못 미치게 싸게 평가된 곳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등 각종 보유세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아파트 소유자들과 형평성 문제도 일고 있다. 아파트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80%에 이를 정도로 시세를 반영하지만 단독주택은 되레 땅값에도 못 미칠 만큼 저평가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공시가격이나 공시지가는 고시 후 이의신청 기간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으면 이때 바로잡으면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 왜 이런 일 생겼나=2005년 이전에는 아파트와 50평 이상 고급 연립주택만 국세청이 기준시가를 고시했다. 단독주택은 집과 땅을 따로 평가해 주택분과 토지분에 각각 재산세를 매겼다. 그러나 2005년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면서 단독주택도 아파트처럼 건물과 땅을 합친 공시가격이 필요해졌다. 정부는 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 586만여 단독.다세대.연립주택의 공시가격을 처음 조사해 고시했다. 건설교통부는 이 가운데 20만 가구의 표준주택을 뽑아 가격을 고시하고 나머지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전국적으로 공통적인 계산표에 따라 개별 주택의 값을 정했다.

예컨대 건교부가 고시한 표준주택 값이 1억원이라면 그 옆에 있는 집은 땅 면적과 내구 연한 등을 감안한 표에 따라 기계적으로 값을 산출하는 식이다. 공시가격을 이렇게 평가하다 보니 기존에 고시해 오던 공시지가가 반영될 여지가 없었다. 각 지자체의 개별 공시가격 산정도 몇 달 만에 이뤄져 애초부터 부실 우려가 제기됐다. 홍선관 홍익대 교수는 "아파트와 같이 단독주택도 조망권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이지만 현행 공시가격에는 이런 요인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중 가격 체계 정비 시급=단독주택은 공시가격과 공시지가가 따로 조사.고시되다 보니 일선 구청에서도 관리를 따로 한다. 공시지가는 지적과에서, 공시가격은 보유세를 매기는 세무과에서 맡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독주택에 이미 공시지가가 있기 때문에 공시가격은 땅값에다 건물값을 가감해 계산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럴 경우 이중 조사를 할 필요가 없어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와 같이 건교부가 표준주택과 표준지의 가격을 고시하고, 각 지자체가 개별 주택과 땅의 공시가격.공시지가를 매기는 체계를 유지하는 한두 가지를 통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은 용도도 다르다는 것이다. 공시가격은 보유세를 매기는 기준이 되지만 공시지가는 국세청이나 행정자치부가 각종 부담금 등을 매기거나 보상금을 결정하는 기준이라는 것이다.

정경민.함종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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