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군의 구조적 개혁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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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공군의 전투기 정비예산 전용 등에 대한 감사원.국방부의 감사가 끝남에 따라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6년에 걸쳐 무려 2400억원의 정비예산이 다른 곳에 사용된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는지 그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철저히 문책해야 한다.

정비예산 전용은 정비 불량→전투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저히 묵과하기 어려운 것이다. 공군은 '불가피성'을 내세우고 있다. 한 예로 집중 폭우로 전투기가 손상됐으나 공군 예산만으로 복구비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다소 여유가 있는' 정비예산부터 전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어떻게 6년간이나 예산 전용을 할 수 있는가. 전력 유지는 물론 조종사의 생명과 직결되는 정비 분야의 예산을 다른 곳에 전용할 수 있는가. 이러니 추락사고가 매년 2건 정도 발생했던 것 아닌가.

공군이 예산 전용이라는 사안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들이 있다. 동종교배로부터 나오는 구조적인 문제다.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공사(空士), 그중에서도 조종사 위주의 운영에 일대 혁신을 가할 필요가 있다. 정비.무장 분야 등은 조종과는 다른 특수 분야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이 분야의 수장은 여기에 정통하지 않은 조종사 출신이 보임된다. 이런 인사 시스템에서 타 전공 분야의 인사들이 무슨 희망을 갖고 근무하겠는가.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특기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공사 출신, 조종사 출신이 모든 자리를 차지하는 식의 운영이 돼서는 안 된다. 신임 참모총장은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공군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인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어야 하다.

신임 총장은 공군에 국민적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과거처럼 끼리끼리 모여 기득권 위주로 공군을 운영하지 말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개혁을 시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