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헤즈볼라 보복 공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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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스라엘 북부 로킷포 공격 헤즈볼라/하루만에 철수후 공습 재개 이스라엘
【예루살렘 로이터·UPI=연합】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진입부대를 작전개시 하루만인 21일 철수했었으나 이날 레바논 회교근본주의 단체 헤즈볼라(신의 당)측이 이스라엘 북부에 대해 공격을 재개함에 따라 즉각 보복공습에 나섰다.
헤즈볼라측의 이스라엘 북부 포격으로 5세난 이스라엘 여자어린이가 이날 사망한후 이스라엘군은 새로운 보복공격을 재개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0일 무장헬리콥터 지원하에 40여대의 탱크 및 병력수송용 장갑차(APC)를 앞세우고 레바논 남부에 진입했던 부대를 안전지대내 이스라엘 통제 지역으로 철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소식통은 그러나 헤즈볼라 전사들이 즉각 안전지대 바로 북방의 옛 거점으로 되돌아왔으며 이어 카튜샤포를 동원,이스라엘 북부를 포격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방송은 헤즈볼라측 포격 재개로 이스라엘 북부 거주 여아 1명이 즉사하고 가족 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즉각 보복포격하는 한편 무장헬기를 동원,공습을 재개했다고 이들 소식통은 말했다. 또한 레바논 남부 전략항 티르를 해상봉쇄하고 전폭기로 저공 위협비행을 실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포격 재개와 관련,이츠하크 샤미르 총리 측근 및 북부 주둔군 사령관 등을 통해 「철저한 보복」을 거듭 경고,본격적인 지상전 재개 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나 이스라엘 지상군의 이동기미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편 텔아비브 인근 카파르 사바에서 이날 팔레스타인 세력이 러시아에서 이민한 유대인들을 칼 등으로 공격,4명을 살상한 것으로 전해지는등 이스라엘내 반유대 테러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한편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유엔 사무총장은 남부 레바논의 사태 악화에 따라 레바논과 이스라엘에 유엔평화유지활동 책임자인 마라크 굴딩 사무차장등 고위 유엔직원 2명을 파견할 것이라고 한 유엔대변인이 이날 발표했다.
◎확전과 「수습」… 갈림길에 섰다/이스라엘/아랍권분열·안보이미지 강화 성공(해설)
이스라엘이 진퇴양난의 기로에 처했다. 회교근본주의 게릴라단체 헤즈볼라(신의 당) 응징을 위한 남부 레바논 침공은 「판도라의 상자」 뚜껑을 연 격이었다. 국제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는 가운데 헤즈볼라는 병력을 철수하는 이스라엘에 대해 카튜사포격을 재개했다.
이스라엘을 회교게릴라 항쟁에 끌어들이려는 헤즈볼라의 진흙탕전략에 말려들여 확전의 위험을 무릅쓸 것인가,아니면 이스라엘이 자의로 설치한 「안전지대」를 강화하는 선에서 사태를 수습하고 주저앉을 것인가 양자택일의 입장에 처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일간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지는 『헤즈볼라의 포격을 잠재운다고 호언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거나 게릴라의 성격에 무지한 탓』이라고 보도했다.
헤즈볼라측도 『카튜샤 로킷은 지하창고에 온전히 보관되어 있으며 이동식이라 야간에 끌어내 포격하고 달아나면 그만』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모를리 없는 이스라엘이 작전을 전격적으로 중단한 이유는 다른데 있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공통견해다.
이스라엘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워싱턴 중동평화회의에서 아랍측의 비난강도를 줄이기 위해 조기에 철수했으며 작전목표의 미달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적인 분위기 호전이라는 내심의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스라엘은 이번 레바논 침공을 통해서 시리아·레바논이 자국의 안전에 직접적인 이해가 없는한 아랍 형제들의 보호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확인시켰다.
레바논은 아랍게릴라 지원은 고사하고 팔레스타인인 난민캠프 등에 군을 보내 게릴라의 자원병 모집을 차단했으며 시리아도 베카계곡 동쪽 일원의 도로를 차단,게릴라들의 남진을 막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걸프전에서 못했던 보복공격을 언제라도 재개할 수 있음을 주변 세력들에 과시했으며 지난해 레바논 인질석방을 시발로 게랄라 단체들의 고립이 국제분위기임도 확인시켰다.
이로써 이츠하크 샤미르 정부는 중동평화회의에서 아랍권분열 분위기를 확산하고 국내적으로 강력한 안보이미지를 심어놓은 것이다.
이스라엘은 따라서 자살공격까지 서슴지않는 헤즈볼라의 포격중단에는 실패했지만 포격 강도를 크게 줄여놓은 현재로서는 20일 침공같은 대규모 작전은 지양할 것으로 보이며 이같은 전망은 적어도 24일 워싱턴 중동평화회의가 끝날때까지는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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