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의식 확립위한 캠페인(선거혁명 이루자:2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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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깨끗한 선거운동·위법처벌은 거의 불가능/믿을 것은 엄정한 선택권 행사뿐
우리 모두가 그토록 바라던 공명선거풍토 정착이 그리 멀지만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각계각층의 국민 모두가 공명선거를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명선거가 희망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거기에는 참여와 실천,그리고 자제와 인내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참여와 실천,자제와 인내는 누구 한사람만의 몫이 아니라 선거에 참여하는 모두의 몫이다. 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정당과 후보자는 선거법을 준수하고 정책대결을 통하여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국민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정당과 후보자가 솔선수범하면 공명선거는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만일 정당·후보자가 법을 어기고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는다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받아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도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과열·타락선거를 가능하게 하는 모양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은 과거선거 행태나 지금까지의 선거관행으로 미루어 볼때 그리 쉬운일만은 아니다.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후보자에게 져도 좋다는 각오를 하라는 것이나,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선거에서 위법행위를 적발하여 처벌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공명선거를 위해 믿을 수 있고 기대를 걸 수 있는 사람은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위법행위를 하는 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법을 어기는 후보자를 국민 모두가 감시하고 표로써 응징하여야 한다. 금품을 제공하고 선심관광을 시키며 흑색선전을 하는 것이 표를 얻기 위한 것일진대 이러한 위법 선거운동이 표를 얻기는 커녕 오히려 표를 잃게 되는 결과가 된다고 믿으면 누구도 위법선거운동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풍토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모두가 만들어야 한다.
선거혁명의 주체는 바로 유권자 모두이어야 한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하는 방관이 탈법·불법의 온상이 되는 것이다. 『내가 나서야 한다』는 의식이 절대로 필요한 때이다.
지연등 연고의식에 얽매이지 않으며,흑색선전에 흔들리지 않는 선택권의 행사,불법운동을 하는 후보자를 감시하고 표로써 응징하는 엄정한 주권자의 자세는 정당·후보자가 정정당당한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을 대신하여 나라살림을 맡아볼 일꾼을 뽑는 것이다.
배우자를 선택하고,사원을 뽑는 일이 정실이나 금품에 의해 좌우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뽑히고자 하는 사람(후보자)보다는 뽑는 사람(유권자)의 책임이 더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겠다.
이와 같은 공명선거의 길은 유권자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님에도 민주선거제도를 도입한지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명선거를 염려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국민의 성숙된 의식이 그대로 선거에 있어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은 탓이라 하겠다. 따라서 국민의 성숙된 의식이 행동으로 나타나게 하는 것이 공명선거 풍토정착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는 언론기관·종교·사회단체등 각종 여론지도 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 다라서 언론기관 및 종교·사회단체의 공명선거 캠페인등이 현재 공명선거 분위기 조성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과거 선거때는 겉으로는 공명선거운동을 한다고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지시·반대운동을 한 사례가 있었음에 반하여 작년 지방선거때부터는 공명선거 캠페인에 참여한 각종 단체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공명선거 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도 사회단체의 각종 캠페인 전개에 있어 참으로 좋은 선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언론·종교·사회단체등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 사이에 공명선거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때보다도 강렬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려는 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공명선거가 되리라는 기대가 크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이 깨어있는 의식과 실천하려는 자세다. 선거라는 것은 특정한 정당이나 본인이 아는 후보자에게 영광을 돌리기 위한 시혜행위가 아니다. 정책의 선택이고 추구하는 목표의 결정이다.
원하는 후보자나 정당이 승리하지 못했다고 해서 천지가 무너지는 것같은 좌절을 느낄 필요는 없다.
이에 우리모두 공명선거 구현을 위해서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옷깃을 여미고 숙연한 마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금품이나 흑색전선이 다시는 투표전략이 될 수 없도록 유권자 모두가 공명선거구현을 위해서 자기 몫을 다해야 한다.<임좌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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