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수사가 남긴 과제/김석기 사회1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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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국과수 직원의 허위감정 의혹사건 수사가 8일만에 김형영 문서분석실장과 사설감정인 등 7명의 뇌물수수를 밝혀내면서 일단 마무리됐다.
검사 15명이 한꺼번에 투입되기는 했지만 막연한 제보이외에 결정적 단서나 내사단계 없이 「맨땅」에서 시작한 수사란 점을 감안할 때 검찰이 사설감정업자·감정의뢰인과 김실장간의 「검은 연결고리」를 찾아낸 것만 해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국과수 기능상 의혹제기 자체만으로 심각한 후유증과 파문이 예상되기 때문에 달갑지않은 진상규명차원의 수사가 불가피했고 그나마 적지않은 액수의 뇌물을 입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검찰의 후련함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의 자체 평가와 달리 국민들에게는 적지않은 아쉬움과 미진한 구석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뇌물부분이 아니라 금품을 매개로한 문서감정의 조작이나 부정이 있었는지 여부였다.
수사결과는 적어도 이번에 문제가 된 사건에 있어서는 돈을 받았지만 감정상 부정은 없었다고 결론짓고 있다. 즉 감정은 올바로 하면서도 「급행료」「사례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서대필 사건등으로 감정시비가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김실장이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이상 감정이 공정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벌써부터 문서감정이 쟁점이 돼온 일부 민·형사재판이 당사자들의 이의제기로 연기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고도로 기술적인 허위감정을 가려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수사초기에 「짜인 구도속에 수사를 맞추려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보강수사를 통해 이점이 밝혀져야 한다.
이밖에도 이 사건 문제제기의 동기도 규명해야 한다.
이번 사건 폭로의 저변에는 오랫동안 첨예하게 대립된 이해관계인의 갈등이 숨어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외형적인 수사결과만으로는 검찰수사가 허위감정·조작 등 본질을 못밝힌채 한쪽 이해관계인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꼴이 됐다.
이번 사건을 제보한 측은 어쨌든 목적을 달성한 셈이지만 허위감정이 없었다는 수사결과대로라면 제보내용은 결국 허위라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사건에는 검찰 못지않게 언론의 잘못도 많았다.
사건마다 제보자의 신원이 전과사실등과 함께 마구 보도되는가 하면 김실장의 경우 개인적인 예금구좌 입출금 내용을 모두 범죄사실인 것처럼 경쟁적으로 마구 기사화했으나 수사결과는 아주 딴판이어서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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