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영·이세용·이창열은 어떤 사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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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인장·문서분석에 “최고수”/감정결과 싸고 잦은 구설 김형영/다양한 직함의 대전유지행세/감정관련 소송 10여건이나 이세용/이세용 고소로 수뢰혐의 구속/주먹 「대부」3공부터 정치활동 이창열
◇김형영=국립과학수사연구소 김형영 문서분석실장(53)은 77년 국과수에 들어간 이후 15년동안 인장·문서감정계에서 「대부」역할을 해온 인장조각 1급기능사.
그러나 감정결과를 둘러싸고 불리한 판정을 받은 소송인들로부터 자주 고소를 당했고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 유서대필사건등 미묘한 시국사건을 처리하면서 재야측으로부터 허위감정을 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김실장은 39년 일본오사카에서 태어난뒤 46년 부모를 따라 귀국,어려운 가정형편때문에 고학으로 61년 선린상고를 졸업했다.
24세때인 63년 인장업에 투신한 김씨는 탁월한 인장기술을 인정받아 10여년만에 인장업계에서 명인으로 손꼽힐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일본에 건너가 인장필적감정분야의 연수를 받기도한 김씨는 자신의 인장연구를 토대로 75년 『인장 인각교범』이라는 저서를 냈고 81년 전통예술대상 전각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씨는 77년 국과수 공채시험에 응시,문서분석실의 말단직원으로 들어간 뒤 2년만인 79년 별정직5급으로 승진해 문서분석실장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실장으로 임명된 2년만인 80년 허위감정혐의로 구속되는 시련을 당했다.
충남예산의 30만평에 달하는 토지소유권민사소송에서 김실장의 감정결과로 인해 패소한 오모씨(3)가 사설감정인의 감정결과를 토대로 김씨를 고발했던 것.
오씨의 고발에 따라 김씨는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10월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돼 82년 5월 복직했었다.
김실장은 사건이 나자 뇌물수수·허위감정을 일체 부인했으나 뇌물부분이 드러남에 따라 앞으로 이와 관련,허위감정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이규연기자>
◇이세용=김형영 국과수문서분석실장에게 4백만원을 준 혐의로 16일 구속된 이세용씨(42·건설업)는 국과수뇌물사건이 폭로되는 발단이 된 인물.
이세용씨는 청주의 모상고를 중퇴한 학력이지만 20대초반부터 인삼중개판매와 건설하도급업등으로 돈을 모은뒤 최근에는 대전시내 중심가에서 숙박업을 하고 지방신문사의 이사직까지 맡는등 대전지역의 유지행세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건설하도급업이 경쟁이 심하고 입찰 등의 과정에서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많은데다 이씨가 워낙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 현재 소송에 걸리거나 자신이 소송을 건 사건을 합치면 10여건에 달할 정도.
특히 소송의 대부분이 각서·수표이서 등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소송의 승패가 국과수의 감정결과에 달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이씨로서는 허위감정을 받아내기 위해서든 소송이 끝난 뒤의 인사치레를 위해서든간에 국과수직원들과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었고 사설감정업자들을 매개로 김형영 실장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평소 자신이 정계와 관계·법조계·언론계 등에 막강한 배경이 있다고 허풍을 떨었으며 특히 무죄를 선고받을 당시에는 변호사 11명을 변호인으로 선임해 위세를 과시했었다.
지난해 말에는 이씨가 인장위조사기단의 두목이라는 투서가 경찰에 들어와 경찰이 수사를 벌이다 수사가 중단돼 의문점으로 남아있다.<김진혁기자>
◇이창열=대전의 건설업자 이세용씨가 국과수에 뇌물을 준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이씨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 민자당중앙위원 이창열씨(59) 등의 재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창열씨는 사설감정업자들을 동원,이세용씨가 돈을 준 증거로 제시했던 당시의 각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민자당중앙위원인 이씨는 공화당시절부터 청년국장 등을 맡아 주먹세계에서는 「대부」같은 존재로 인정돼 왔으며 김태촌이 이씨의 수양아들이라는 소문이 났을 정도. 이씨는 이같은 배경을 믿고 국회의원들에게도 반말을 하는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특히 JP의 신임이 두텁다고 스스로 밝혀왔으며 13대 총선때는 공천을 받으려다 미국에 가 있는 바람에 정계투신을 못했다고 과시해 왔다는 것.
이창열씨와 함께 구속된 한치준씨(41)는 민자당 K모국회의원의 외사촌동생이고 이창열씨는 K의원의 대학선배여서 이들이 구속됐을 당시 K의원이 국회에서 이 사건을 문제삼기도 했다.
국과수뇌물사건은 공무원사회의 일반화된 악습대로 김실장도 민간업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있을 것이란 점에 착안,이를 폭로해 이창열씨 등이 국과수에 상처를 입혀 자신들의 혐의를 벗어나려고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같은 사실은 사건을 폭로하기 위해 자료수집과정에서 조병길씨가 사설감정인들에게 전달했던 1백만원짜리 자기앞수표가 이창열씨와 함께 구속중인 한치준씨의 동생 한치형씨가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실장의 수뢰가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에 이창열씨측은 일단 앞으로의 재판진행 과정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것으로 보인다.<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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