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기만한 병원문턱(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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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친인척등 친분관계가 있거나 돈푼깨나 있는 행색이었다면 보험문제따위로 숨을 헐떡이는 환자를 길거리로 내몰아 숨지게 했겠어요.』
진료거부혐의로 구속된 서울중앙병원 당직의사 마효일씨(28)에 대한 구속적부심에서 『진료거부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석방결정을 놓고 서울 동부지청 수사관계자들은 울분을 떠뜨리고 있다.
『환자의 생명부터 구하자고 보험처리도 안되는 병원을 두번째 다시 찾아 응급처치를 요구했다는 보호자들의 객관적 진실은 묵살된채 마씨등 병원관계자들의 짝맞춘 듯한 말만 믿는 것에 불과합니다.』
수사관들은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두고 보험이 아닌 일반입원시의 비싼 진료비등을 설명하고 환자를 돌려보낸 것이 진료거부가 아니면 뭐냐』며 재판부의 결정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진료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진료비가 적게드는 병원을 추천한 것이다.』
그러나 이 병원 인턴·수련의 등 젊은 의사 1백50명은 이에 앞서 회의를 갖고 마씨의 행위는 환자나 보호자가 「치료를 받겠다」는 구체적 의사표시가 없었기 때문에 진료거부가 아니라며 석명서를 준비하며 마씨를 공개적으로 두둔했다.
『구속이라는 수단을 써서라도 높기만한 병원의 문턱을 한치라도 낮춰보겠다는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이 된 셈입니다.』
풀죽은 수사관들은 툭하면 벌어지는 진료거부와 10분 진찰을 위한 10시간의 기다림등 병원의 안이한 관행에 쐐기를 박아보려는 시도가 결국 또다시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쳤다고 자조적인 푸념을 늘어놓았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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