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총선자금(정치와 돈:8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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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3대보다 2∼3배 풀릴 듯/국민당 가세… 유력후보에 수십억 지원설/주간연재
13대총선의 특징을 「지역선거」로 말할 수 있다면 이번 14대 국회의원선거는 「돈선거」로 규정될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단지 선거인플레에 대한 지레 염려가 아니라 지금의 정당구조와 정파 보스들의 의욕이 이같은 판단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돈쓰는 선거」는 유권자의 수요때문이 아니라 정당측의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노태우 대통령이 기업과 금융자금의 정치권유입을 차단하라는 엄중지시를 내렸지만 각 정당 및 정파의 선거자금 비축량은 대를 넘기면서 물가인상을 훨씬 뛰어 넘는 규모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앙당과 정파보스들의 선거자금 지원규모는 어느정도일까. 각당 공히 자금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지만 중앙당지원액은 대체적으로 13대와 비교,1백%선의 인상수준은 될 것이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았다.
민자당은 지난 7일 공천자대회를 마친뒤 노태우 대통령 명의로 각 후보자들에게 3천만원의 지구당활동비를 지급했다. 공천자 수가 2백37명이니 「선거착수 선수금」만 70억원이 나간 셈이다. 13대때는 지구당 창당지원금 명목으로 1천만원이 지출됐다는데 4년새 세배가 뛴 것이다.
이같은 기하급수적 상승액은 정주영 국민당대표가 자기당 조직책에게 「착수금」으로 준 3천만원에 영향을 받았다는게 정설이다. 초반부터 집권여당의 자존심을 손상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선거전에 돌입하면 2∼3차례 「실탄」이 후보들에게 지급되는데 당이 한 재정관계자는 ▲당선가능성 ▲자금동원능력 ▲지역성격(농촌형·중소도시형·대도시형) ▲당원수 등의 복합기준으로 점수를 매긴뒤 5등급으로 나눠 차등지급하게 된다고 밝혔다.
제일 낮은 5등급은 5천만원,1등급은 5억원정도 될 것 같다는 예상인데 지난 총선때는 3천만∼2억원사이였다고 한다. 한 민정계 중진의원은 『13대는 대통령선거후의 압승분위기와 재력가 공천이 많아 실탄지원에 대해 당이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이번 총선거에서는 팽팽한 정당대결 상황이 예상되므로 여소야대현상을 방지키 위한 상당수준의 자금지원을 중앙당에서 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지역적으로 보면 격전이 예상되는 서울 및 수도권 일부지역과 「고생스러운」호남의 많은 선거구가 1등급에 해당될 것이라고 한다. 당의 한 실무자는 중앙당지원이 13대때 2백억원 미만이었다는 점을 강조,과도한 추측은 하지말아달라고 주문하고 있으나 전체 선거구 평균을 3억원으로 잡을 경우 약 6백억원의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후보들은 이밖에 김영삼 대표를 비롯,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과 김윤환·이종찬·박철언 의원,김복동·금진호씨등 중간 보스급으로부터 받는 격려금도 쏠쏠하게 챙길 수 있게 돼 어느 때보다 자금사정이 풍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총선후 있게될 대권싸움에 대비,자파단속과 타계보 침투에 벌써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그에 비례해 보스들은 중앙당지원과 별도로 자기주머니를 준비하고 있다.
김대표측은 특히 대권에 가장 근접한 자기 위치상 명실상부한 「2인자」수준은 돼야한다고 보고있다. 한 측근은 지원규모를 『상식선의 적당한 액수일 것』이라고만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13대 통일민주당 시절엔 1천만∼8천만원(민주계중진의원)이었던 점에 비추어 ▲전체후보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중앙당의 1차지원금 정도(3천만원)를 지급하고 ▲민주계,친YS쪽 중간보스,「중립적인」민정계후보들에게는 최고 5억원까지의 지급능력을 갖춰놓았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최고위원측도 『자금에 관한한 김대표에게 뒤지지 않겠다』는 태세다. 박최고위원측은 총선과정에서 「민정계 선수」를 김대표쪽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최소한 자파의원들에 대한 김대표수준의 지원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공천장수여식때 후보 2백여명에게 3백만원씩 모두 6억여원을 제공했다.
13대때 김대중 총재는 호남지역을 제외한 출마자들에게 1천5백만∼4천만원을 지원했다고 한다. 평민당이 13대선거에서 쓴 후보지원금을 포함한 전체 비용은 80여억원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엔 2백억원은 족히 될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예상했다.
국민당은 정주영 회장이 조직책과의 직접 면담에서 중앙당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현재 초기 수준에선 3천만원과 승용차 2대(그랜저·소나타)씩을 현물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에서는 그가 2백여명의 후보자를 내 그중 50명의 당선자를 낸다는 목표로 당선가시권 후보 50명에 대해 수십억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설이 공공연히 나와 수백억원에서 천억원대의 자금이 정대표의 개인재산에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하고 있다. 정대표 자신은 사석에서 『내 개인재산이 3조원되고 이중 5천억원을 이번 총선과 대통령선거에 쓸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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