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서 희생 故 전재규씨 홈페이지 추모 행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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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분야 과학도로서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ID:HamJY)

"이곳에서 이루지 못한 꿈 하늘에서 이뤄라."(ID:친구가)

남극 세종과학기지 사고 소식이 전해진 9일 숨진 전재규(全在奎.27.서울대 지구과학물리시스템 석사과정)씨가 운영하던 홈페이지에는 그를 추모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全씨의 홈페이지 이름은 Moon Observer's Handbook(http://my.dreamwiz.com/jagyu). 달의 역사와 운동, 물리적 상수 등 달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하는 사이트다.

全씨의 전공은 '지진 연구'지만 학부 때부터 아마추어 천문학회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주변에선 전한다. 全씨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문헌 등을 참고해 2001년 말 이 사이트를 개설했다.

그는 게시판에서 "국내 천문 관련 서적들을 보면 달에 대해 자세히 다룬 것이 거의 없고 내용도 빈약해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식으로 홈페이지를 구상하게 됐다"고 적었다.

全씨의 홈페이지에는 유독 초등학생 팬들이 많았다. 달에 대한 전반적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 썼기 때문이다. "달에 간 최초의 인류가 누구냐"에서부터 "달 크레이터 이름은 어떻게 붙여지느냐"는 다소 심오한 내용까지 물어오는 꼬마들에게 全씨는 일일이 답을 달아줬다. 참고가 될 만한 관련 사이트들도 소개해줬다.

그래서 방명록엔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숙제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라는 글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는 남극으로 떠나기 전 한국해양연구원 세종기지 홈페이지(http://sejong.kordi.re.kr)에 "남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남극 생활을 경험하고 자연환경을 알고 싶었다"는 사연을 남겨두었음이 이날 확인됐다.

全씨를 보내는 사람들의 아쉽고 슬픈 마음은 이날 그의 홈페이지 방명록 말미에 뜬 글에서 묻어나왔다. 'imgine'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이 쓴 추모시다.

"님은 달을 너무 사랑해 달에 더 가까운 곳으로 조금 일찍 떠나셨군요/님은 지구를 너무 사랑해 더럽혀지지 않은 깨끗한 지구의 한 구석에서 숨을 거두셨군요. (중략)/님의 못다한 꿈일랑 모두 잊으시고 편히 쉬세요."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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