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특구 건설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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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도가 중국을 벤치마킹해 야심 차게 추진해온 경제특구(SEZ) 건설 계획을 더욱 보강했다.

인도 정부는 5일 경제특구 건설을 위한 강제적인 토지수용을 금지하고 개발 면적을 5000㏊로 제한하는 내용의 경제특구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개정안은 또 주택과 상업시설 건설을 목적으로 하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경제특구 총 면적의 최대 50%까지 공장 등의 작업구역으로 책정토록 했다.

정부의 역점사업인 정보기술(IT) 관련 사업에는 영향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경제특구의 면적이 제한됨에 따라 인도 최대 재벌 릴라이언스 그룹이 뉴델리 교외와 뭄바이에서 1만㏊ 규모로 추진하는 대규모 경제특구 개발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 밖에 외국기업들의 대규모 개발 계획도 규제 대상이 된다. 정부는 현재 예비허가가 난 162개 지역 중 1차적으로 83개 지역만 특구로 승인할 예정이다. 이는 7일 프라데시주 의회선거를 비롯한 잇따른 지방선거를 앞두고 농민층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인도는 애초 304개 경제특구를 개발해 2009년까지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34억 달러(약 12조4620억원)에 이르는 외국자본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외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와 관세.물품세 등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내걸고 2005년부터 특구 조성에 힘을 쏟아왔다. 지난해부터는 농지를 수용해 공단을 만드는 작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주 정부의 일방적인 토지 수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우량농지는 특구로 전용하지 않는다"는 중앙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주 정부는 강압적인 농지 전용을 강요했다. 지난해부터 야당과 농민들은 "농민의 생활기반이 사라진다"며 반발했고, 농민시위는 폭력 사태로 확대됐다.

서벵골주 난디그람 지구에서는 1월 경찰이 도로를 봉쇄하고 농성을 벌이는 농민들을 밀어내고 진입을 시도하다 충돌이 생기자, 총탄을 발사해 농민 11명이 숨졌다. 3월에는 5000명의 경찰이 동원돼 14명의 농민이 숨지는 대규모 유혈 시위가 벌어졌다. 전국적인 농민 봉기를 우려한 중앙정부는 1월 304개 지역 경제특구 승인을 일시 보류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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