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가 시속 1천㎞라니…/김창엽 과학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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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1일 오전 서해상에서 벌어진 괴비행물체 출현소동은 해프닝으로 결론지어졌지만 여러모로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당시 공군당국의 발표를 요약하면 『시속 1천㎞ 정도의 비행물체가 중국 산동반도쪽에서 군산쪽으로 접근,전투기 18대를 출동시켰지만 아무 물체도 발견되지 않았고 레이다상에서도 15분후에 사라졌다』며 『새떼나 구름등 허상항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약간의 과학적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새떼나 구름이 시속 1천㎞ 정도로 이동할 수 없다는 사실쯤은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에 현대전투기의 작전시 비행속도가 마하1 내외(시속 1천2백㎞)라는 군사지식을 갖췄다면 당시 해프닝은 「실제상황」이라는 의심을 품을만도 하다. 또 군사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전투기등 20대 가까운 항공기와 전함 등이 동원된 대작전이 「흔히있는」새떼나 구름에 의한 허상항적에서 비롯됐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 이런 대작전이 있기까지에는 수곳의 레이다 기지에서 똑같은 항적이 노련한 관제사들의 눈에 다같이 포착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공군관계자는 이같은 의심에 동감을 표시하면서도 더이상의 사실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어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항적의 이동방향이 동쪽이었기에 우리 전투기등에 의한 사고였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중국의 전투기나 민항기의 사고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산동반도와 군산코스는 중국과 가장 가까운 거리고 급히 탈출(?)해오다 갑자기 바닷속으로 추락됐을 것이라는 상상(?)이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한편 이번 소동은 비상사태 발생시 즉각 출동한 우리군의 기민함과 공군·해군의 긴밀한 작전협조가 돋보였지만 이런 대작전이 군당국의 공식발표 이전에 민간에 알려짐으로써 군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당국도 이점을 인정,군내부로부터의 제보자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문제의 해결과 함께 기왕 국민에 알려진 작전이라면 군의 신뢰를 위해서라도 좀더 설득력있는 당국의 해명과 괴비행물체 실종해역에 대한 정밀조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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