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미르 시위행진 차단/인도­파키스탄국경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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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무자파라바드·스리나가르 AFP·로이터=연합】 인도령 잠무카슈미르의 독립을 지지하는 파키스탄냐 회교과격세력들이 11일 인도국경을 넘어 시위행진을 벌이려는 것과 관련,파키스탄·인도당국은 각각 국경지역 도로를 차단하고 지뢰를 매설하는 한편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어 긴장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인도당국은 파키스탄내 잠무카슈미르 해방전선(JKLF)측이 주도하고 있는 이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파키스탄과의 국경선일원에 지뢰를 매설하고 국경수비대에 최고경계령을 내리는 한편 시위대가 월경해올 경우 즉각 발포하겠다고 경고했다.
인도측은 이와 함께 카슈미르 스리나가르일원에 10일 저녁부터 무기한 통금령을 내리고 접경지역에서의 민간인 이동을 전면 금지했다.
파키스탄당국도 JKLF의 행진 저지방침을 분명히 하고 시위대들이 국경지역에 집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바위 등으로 주요도로와 교량들을 차단,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자국령 아자드 카슈미르에 이르는 교통로를 봉쇄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또 도로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시위 참가자들을 태운 차량들을 저지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로 8명이 다치고 40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아시아 화약고에 또 불씨/종교가 빚어낸 비극… 시위 성공은 어려울 듯(해설)
남아시아의 화약고 카슈미르에 다시 불씨가 댕겨졌다.
11일 카슈미르독립운동지도자 마크불 부트의 8주기 추도일을 맞아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시위대와 인도군이 무장대치,카슈미르전역이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무장독립투쟁을 벌여온 잠무카슈미르해방전선(JKLF)은 파키스탄령 아자드카슈미르내의 10만 회교도를 규합,힌두교도들로부터 탄압받고 있는 인도령 잠무카슈미르인들에게 연대를 표시하는 대규모 독립시위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또 아자드카슈미르의 주도 무자파라바드에 집결,잠무카슈미르까지 행진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규모 시위행진이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인도정부가 즉각 국경을 봉쇄하고 시위대의 예상통과지역에 지뢰를 매설한데다 카슈미르의 독립을 측면지원해온 파키스탄조차 「정중하지만 단호하게」시위대의 국경통과를 가로막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1차집결지로 출발한 시위군중들은 곳곳에서 파키스탄경찰의 저지를 받고 벌써부터 지리멸렬한 상태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틈바구니에 끼여 양국 영토다툼의 표적이 된 카슈미르의 비극은 종교에서 비롯됐다.
16세기부터 무굴제국을 꽃피웠던 카슈미르왕국은 지난 47년 인도제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뒤 힌두교도가 82%를 차지하고 있던 인도와 회교도가 90%이상인 파키스탄으로 분리되자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였다.
7백만명의 인구중 3분의 2가 회교도인 이 지역주민들은 파키스탄귀속을 원했으나 당시 카슈미르 왕국을 지배했던 힌두교도 군주는 인도귀속을 택했다.
이에 주민들은 반발했고 인도정부가 이를 무력진압하자 파키스탄이 개입,양국간 갈등은 급기야 1차 인도­파키스탄전쟁으로 확대됐다.
파키스탄이 카슈미르의 서쪽 3분의 1을 차지하는 전과를 올린채 전쟁은 일단 멈췄다.
그러나 여전히 인도통치하에 남게된 카슈미르동쪽 잠무카슈미르지방의 주민들은 인도정부의 노골적인 차별정책과 냉대를 피할 길이 없었다.
결국 지난 90년 1월20일 JKLF의 총파업투쟁을 계기로 잠무카슈미르인들의 불만은 무장투쟁으로 분출,지금까지 2년간 6천여명의 카슈미르인들이 희생되는 참극을 빚고 말았다.
비록 독립시위행진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는 해도 이번 사건은 잠무카슈미르 독립운동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것 같다.
카슈미르독립의 절대적인 후원자였던 파키스탄의 태도가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이 지지세력인 카슈미르인들의 불만을 사가면서까지 시위행렬을 실력 저지한 이유는 이번 시위를 주최한 JKLF에 대한 「따돌림작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JKLF는 카슈미르의 귀속을 바라는 파키스탄의 바람과는 달리 자치와 독립을 꾸준하게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JKLF등 6개 독립운동단체를 막후 지원해왔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른 5개단체에 대한 지원은 계속하는 대신 JKLF에 대한 지원은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카슈미르내 독립운동단체들은 상당한 세력재편과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슈미르 독립운동단체간 세력재편이 파키스탄의 의도대로 이루어질 경우 인도정부는 단순한 독립운동 저지만이 아닌 카슈미르의 파키스탄 귀속운동 격화 가능성에 대해 한층 날카로운 반응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대규모시위행진은 65년에 이은 제3차 인도­파키스탄전쟁의 불씨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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