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시급한 병원 진료 거부/최천식 사회2부 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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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설날연휴 교통사고 환자의 응급진료를 거부했던 당직 인턴의사가 끝내 검찰에 구속됐다.
설마설마하던 대한의학협회와 동료 의사들은 이례적인 검찰의 강경조치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그를 「속죄양」으로 표현했다.
『이유야 어쨌건 병원을 찾은 환자가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해 숨져간 사실에 대해 인술을 행한다는 의료인으로서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유족 및 국민들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자탄하면서도 『26세 당직 인턴의사가 환자를 되돌려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속사정을 이해해달라』는 하소연이다.
재수·삼수끝에 서울대 의대에 입학,6년간의 고된 수련과정을 거치고 불과 1년전부터 일선 병원에서 근무해온 그가 진료비를 못받아낼까봐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진료를 겨부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우리의 의료현실·관행이 바로 잡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초적인 치료조차 불가능한 현행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체계가 개선되지 않고는 의사들로선 경영난을 내세운 병원측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편도선수술 한차례에 1만4천여원,신생아 정상분만의 경우 5만5천원에 불과한 현행 의료보험 수가로는 사실상 정상적인 진료행위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최근들어 개인 병·의원 대부분이 입원실을 폐쇄한 것도 어지간한 여관 숙박비에도 못미치는 입원비로는 간호사 인건비조차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의료계에서는 이같은 이유로 의사들이 돈벌이도 안되고(?) 의료사고 위험부담이 큰 수술등 진료를 기피하게 되며 결국 소극적·방어적 진료를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그러나 잘못된 의료보험체계와 힘들고 어려운 진료를 기피하는 의료계 풍토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인의 행위는 결코 용서될 수 없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질병의 고통을 덜어주는 의료인의 책무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되거나 면책될 수 없는 기본적인 직업윤리다.
아울러 보건당국도 국민이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와 함께 의료인들이 안심하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의료계의 진료체계상 문제가 있다면 하루빨리 고쳐 제2·제3의 진료거부 사태를 막아야 한다. 「사후약방문」의 책임을 보사당국은 깊이 느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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