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 '뜻밖에' 장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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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오래 살려면 서울에 사는 게 유리하다. 기대수명이 80살이나 되기 때문이다. 서울은 의료.문화 시설이 잘 갖춰진 데다 응급 체계도 상대적으로 뛰어나 기대수명이 높았다. 반면 경남은 77살로 전국에서 기대수명이 가장 낮았다.

부산에 살면 당뇨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았고, 울산에선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컸다. 이는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05년 시.도별 생명표 및 사망원인통계' 결과다. 통계청이 지역별로 이런 통계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기대수명, 지역마다 큰 차이='태어나서 얼마나 살 수 있을까'를 따지는 기대 수명은 서울(80.39세)과 제주(79.3세)가 가장 길었고, 경남(77.5세)과 강원(77.56세)이 가장 짧았다. 남녀 간 차이도 컸다. 서울 남자들은 77세(77.15)였지만, 서울 여자들은 이보다 6년 정도(6.11) 많은 83세(83.26세)였다. 남녀 간 기대수명의 차이가 가장 큰 곳은 제주였다. 제주 남자(74.45세)는 전국 평균(75.14세)보다 낮았지만, 여자(83.30세)는 전국 최고였다. 제주 여자는 제주 남자보다 평균 8.85년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박경애 과장은 "제주도에선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오래 산다고 하는 속설이 통계적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나이엔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를 따지는 기대여명은 65세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제주가 가장 길었다. 현재 65세인 제주 주민은 평균 19년 여(19.75년)를 더 살 것으로 예상됐다. 65세를 기준으로 한 기대여명이 가장 낮은 곳은 울산(17.19세)이었고 부산(17.43세).경남(17.47세) 등이 뒤를 이었다.

◆ 사망 원인도 지역마다 달라=지역별 경제.문화적 특성 및 직업.산업 구조에 따라 사망 원인도 큰 차이를 보였다. 맵고 짠 음식을 주로 먹는 부산.경남 지역은 당뇨병으로 사망할 확률(10만 명 중 33.9명)이 전국 1위였다. 반면 생선.미역 등 수산물 섭취가 많은 제주도는 당뇨병에 의한 사망 확률(10만 명중 17.5)이 부산의 절반 수준이었다. 자살률은 충남.강원 지역이 높았다. 박 과장은 "이 지역 자살의 상당수가 농약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통사고 사망률은 전남과 충남에서 가장 높았다. 농기계에 의한 교통사고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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