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식목일에 불탔던 낙산사 지금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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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막새의 용 무늬가 생각만큼 안 나왔습니다."

"탁본이 선명치 못해 그런 것 아닐까요?"

4일 오후 강원도 양양 낙산사 종무실. 정념 주지스님과 문화재 전문위원인 현고 스님, 낙산사 복원 공사 감독 등 관계자 10여 명은 30여 종의 기와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기와는 2005년 4월 5일 산불로 한 줌의 재가 된 낙산사 중심 법당 원통보전을 복원하는 데 사용할 암키와.수키와.암막새.수막새.망와 등으로 발굴 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파편을 본떠 시험제작한 것들이다.

양양 산불로 원통보전과 보물 479호 동종 등이 불에 탄 지 2년. 홍예문 앞은 아직 민둥산이고 근근이 생명을 유지하던 의상대 인근 소나무 10여 그루가 고사하는 등 불에 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낙산사는 하나씩 옛 모습을 찾고 있었다. 홍예문과 홍련암 요사채가 복원됐고 7층 석탑(보물 499호)도 보존 처리를 마쳤다.

낙산사 복원의 핵심은 원통보전. 1일 길이 3.3m(11자)의 기둥 12개를 세웠다. 기둥은 모두 양양군에서 생산된 최고 품질의 적송이다. 새로 짓는 원통보전은 불에 탄 것보다 4평 정도 큰 31.92평 규모. 발굴 조사 결과 불탄 건물보다 큰 조선 초기의 터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통보전은 조선 초기 건축양식으로 복원된다. 5월 초 상량식을 하고 11월 준공할 예정이다.

낙산사 복원의 다른 특징은 1778년 김홍도가 그린 '낙산사'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6일 상량식 예정인 심검당은 홍예문에서 보타전으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 옮겨 짓고 있다. 불자는 물론 일반 관광객을 수용하는 등 템플 스테이가 가능한 건물은 심검당 아래쪽에 배치했다. 지난해 복원한 동종은 종각을 따로 짓지 않고 새로 지을 범종각에 범종.법고.목어 등과 함께 보관할 계획이다. 정념 스님은 "원통보전 일대는 그림과 비슷하게 옛것대로, 요사채 등 스님과 불자들이 이용하는 현대적인 건물은 따로 분리 복원해 천년 고찰의 단아한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양군청 산림과 김남현씨는 "낙산사 복원은 건축물과 어울리는 조경이 이뤄져야 제대로 된다"며 "2008년까지 좋은 모양의 나무를 공원 조성하듯 심고 가꾸겠다"고 말했다.

한편 양양군은 산불 등으로 낙산사가 더 이상 화재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복원과 함께 사찰 곳곳에 소화전을 갖출 계획이다.

양양=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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