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나눠야 강해진다' 지식공유경영 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LG전자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팀의 김태민 대리는 지난달 초 사내 전산망의 'To Expert'(전문가에게)란 게시판에 질문을 올렸다. 1990년대 후반 호주에서 어떻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는지 세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다음날 미국 뉴저지 법인에 근무하는 권창호 부장이 쓴 답이 올라왔다. 96~2001년 호주 법인에서 일할 때 정리해 뒀던 자료까지 첨부했다. 김 대리는 이 답변에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매겼다. 별 하나당 답변자에게 LG카드 100포인트를 주는 보상 제도에 따라 권 부장은 500포인트를 얻었다. LG전자의 '지식 공유 시스템'은 이런 인센티브 아래 작동한다.

사내 전산망으로 임직원 간에 업무 관련 지식을 한껏 공유하게 하는 기업들이 있다. LG전자.SK㈜.포스코.이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지식 공유 시스템 운영 방식은 유사하다. 회사 안에서 분야별 전문가를 지정하고 직원이 사내 전산망에 질문을 올리면 해당 전문가가 답하게 한다. 또 '온라인 지식 도서관'을 만들어 '다른 직원에게도 유용하겠다' 싶은 자료를 스스로 게시하도록 한다.

이런 온라인 지식 도서관엔 최신 경영 정보, 사업 분야, 관련 국제 뉴스뿐 아니라 '관리 대상 영업점을 가장 효율적으로 순회하는 경로' 같은 업무 노하우까지 온갖 지식과 정보가 올라와 있다. 포스코엔 이미 36만여 건의 지식 자료가 등록돼 있고 하루 200~300건의 새 자료가 올라온다. SK㈜는 지식 자료뿐 아니라 경영 아이디어를 올려놓는 코너도 두고 있다.

포스코 조용말 혁신기획그룹 KM(지식경영)파트장은 "지식 공유를 하면 이유는 문제에 부닥쳤을 때 해결책을 빨리 찾을 수 있어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삼성그룹도 지식 공유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내 전산망을 개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지식 공유 활성화를 위한 보상 제도도 운영한다. 올린 자료의 조회 수, 또는 남이 질문한 데 대해 답변을 올린 횟수 등에 따라 포인트를 주고 누적 포인트에 맞춰 포상하는 것이다. LG전자와 SK㈜는 현금화할 수 있는 카드 포인트를 주고 포스코는 현금 포상한다. 이랜드는 일정 포인트 이상을 쌓아야 승진 자격을 부여한다.

포인트를 얻으려고 지식 자료 등록 남발을 막는 감시 제도도 대부분 운영한다. 지식 전문가들이 수시로 자료를 검색해 가치 없는 것들은 삭제한다. 게시물이 자주 삭제되는 사람의 포인트를 깎는 회사도 있다.

SK㈜는 지식 공유를 사회공헌과도 연계했다. 본인이 희망하면 지식 공유 활동으로 얻은 포인트를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낼 수 있게 했다. 직원이 기부한 포인트만큼 회사도 성금을 내는 '매칭 포인트' 제도도 운영한다. SK㈜는 이런 식으로 지난해 3200만원을 모아 지난달 초 전국 초.중.고교생 21명에게 장학금을 줬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