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아쉬운 난지도|장세양<건축가·공간사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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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금은 겨울이라 훨씬 덜하지만 여름철에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올림픽 대로로 접어들면 난지도에서 풍기는 냄새에 자동차의 창을 닫지 않을 수 없다. 또 썩은 물이 먹을 뿜어내 듯 검게 더럽혀지고 있는 난지도 주변의 한강을 외면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는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이고, 그 환경문제는 우리 스스로 지켜나가지 않으면 누구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김포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다 보면 검은 연기를 마구 뿜어대던 마포 당인리 화력발전소의 굴뚝도 이젠 옛날 이야기가 되지 않았는가. 난지도 문제는 우리 모두 노력하여 해결해야만 한다. 세계 어린이들의 꿈인 디즈니랜드는 플로리다의 늪지에 이루어졌고, 동경의 디즈니랜드는 쓰레기장 위에 세워졌다. 89년에 세워진 동경 국제회의장 및 컨벤션센터 역시 마쿠하리의 쓰레기 매립장 위에 세워졌다.
이제 우리는 시청에서 직선거리로 7∼10㎞떨어져있는 1백만 평의 난지도를 더 이상 버려 둘 수 없다. 쓰레기 처리에 몇 조원이 들고 기간이 5∼10년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다. 여의도(80만평)보다 더 넓은 이 「공해의 섬」을 「꿈의 섬」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투자가 아닌가.
2000년대를 맞이한 서울이 아시아의 중추적 도시로 부상해야 할 때 그 기능을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바로 이 난지도다. 그렇다면 단순히 쓰레기장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을 넘어, 1994년 서울 정도 6백주년을 맞아 최첨단 정보센터와 국제회의장 및 컨벤션센터를 갖춘 서울의 미래 중심부로 발전시키는 계획이 이루어져야한다. 또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90년대 후반 영종도공항이 개항되는 시점을 계기로 EXPO서울이 난지도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실행함으로써 난지도가 2000년대 아시아의 중심이 될 서울의 중추지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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