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근로자 윤리 결여” 미야자와 또 실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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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의 반일무드에 기름부은 꼴… 백악관도 여론에 가세
일본 사쿠라우치 요시오(앵내의웅) 중의원의장의 『미국 근로자들은 게으르고 무식하다』는 발언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총리가 미국자존심을 건드려 미국의 조야가 발끈했다.
미야자와 총리는 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 근로자들의 근로윤리관과 관련해 『이마에 땀을 흘리며 하나의 물건을 만드는 근로윤리』를 강조하면서 『그런점에서 볼때 미국 노동자는 근로윤리가 결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인 대졸자들은 대거 증권가로 몰려가는 반면 상품개발에 나서고 있는 기술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미국이 경쟁력을 잃게된데 대한 나름의 식견을 밝혔다.
같은 자리에서 최근까지 통산장관을 역임한 자민당의 거물인 무토 가분(무등가문) 의원은 『미국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미국현지의 일본 자동차공장들은 좋은 차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미경영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경영자를 비판한뒤 『미국에서는 근로자들의 주말병때문에 미국민들이 금요일·월요일에 생산된 차는 사지않는다』고 미근로자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이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그렇지 않아도 사쿠라우치 의장의 발언때문에 반일무드가 팽배한데에다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 미국내의 반일감정이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다. 지난번 사쿠라우치 발언때만 해도 뒤로 물러서있던 백악관도 이번에는 논평을 하는등 여론에 가세하고 있다.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은 『일본정부가 정식으로 유감의 뜻을 표시해 왔다』면서도 『이러한 발언은 양국관계에 도움이 안되나 세계제일을 추구하는 미국국민의 분노를 자극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비꼬아 비난했다.
게파르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일본의 인종적 편견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고 미첼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도 『일 총리의 발언은 파괴적인 것이며 이나라를 이해치못한 탓』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야자와 총리의 발언은 일본인들의 생활규범을 밝힌 것』이라고 말해 더이상 미야자와 총리의 발언을 문제삼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으나 『만일 각국 시장에 미국상품이 접근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세계 어떤 나라와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시돋친 한마디를 덧붙였다.
일본 외무성은 미야자와 총리의 발언이 미국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미국측의 반발이 거세어지는 기미를 보이게 되자 3일 밤 부랴부랴 미야자와 총리 발언의 주안점은 일본의 지나친 「버블경제」를 반성하는 기본입장에서 자신의 평소 철학인 ▲이마에 땀을 흘리면서 물건을 만들어 가치를 부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근로의 적극적인 방법을 말한 것이다 ▲원래 미국의 근로자를 비판할 취지는 전혀 없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었다.<워싱턴=문창극·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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