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양·질 따라 10등급 나눠"|「육류 등급사」홍일점 한인숙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인숙씨(24)는 국내최초로 등장한 육류등급사란 신종직업의 홍일점이다.
육류 등급 제란 도축한 소와 돼지를 고기의 양과 질에 따라 육류등급사가 등급을 매겨 거래하도록 함으로써 도매 거래가격의 공정화를 꾀하고 고급육 생산을 촉진하자는 제도로 오는 7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한씨는 농림수산부로부터 등급판정 업무 위임을 받은 한국 종축개량 협회가 90년12월 시행한 육류등급사 선발시험에서 5대1의 공개경쟁을 뚫고 합격한 53명중의 한사람.
합격자들은 축산학·식육학·식육유통·해부학에 이르는 이른 교육 1백77시간과 도축에서 해체에 이르는 실습 2백22시간 등 4백 시간의 연수를 받은 뒤 지난 5월 정식 자격증을 받고 종축개량협회 육류등급 부의 기사로 임명됐다.
이때부터 전국현장 근무에 들어간 한씨는 지난 7월부터 인천의 축산물 도매시장인 대신 산업에서 실습근무를 하고있다.
『실제 등급업무를 해보니 중매인이 매기는 것과 다소 차이가 생겨요. 그러나 막상 지육을 해체해 보면 우리 판정이 정확할 거예요.』
동료 등급사와 2인1조로 근무하며 하루 평균 소 10마리의 등급을 판정하고 있는 한씨의 자신에 찬 말이다. 소의 경우 무게에 따라 a·b·c, 고기 질에 따라 1, 2, 3등급과 거기에 등외를 합쳐 10등급으로 구분되는데 등심 부위의 근내 지방도, 고기 색으로 본 나이, 조직의 탄력과 결, 지방의 색 등을 종합해 판정하기 때문에 경험에 이한 중매인의 눈대중 판정보다 정확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인천 출신으로 지난해 강원대 낙농과를 4년 평점 4.0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한씨는 대학원 진학과 취직을 놓고 고심하다『장래가 유망한 직종』이라는 지도교수의 권고로 이 직업을 택하게 됐다.
그는「일하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겪은 어려움은 없었지만 피비린내 나는 도축장에서 실습을 마친 저녁이면 친구들이「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킁킁거려 당황한 적은 많았다』면서『육류등급 사라는 직업을 뒤늦게 알게 된 부모님이 처음에는「시집이나 가라」며 반대하셨지만 지금은 찬성하시고 내가 맛있는 고기를 사온다고 좋아하신다』며 웃었다.
고등학교시절 담임 선생님의 집안에서 하는 농장을 따라가 보고 동경심이 생겨 낙농과를 택했다는 한씨의 꿈은 장래 한우와 젖소를 키우는 아담한 농장을 갖는 것이라고. <조현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