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택씨 검찰송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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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신병 확보해도 수사진전 없고 인권침해 말썽날까 여론신경
서울 신학대 후기대 입시문제지 도난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경비원 정계택씨(44)를 31일 절도혐의를 추가하지 못한채 검찰에 송치하므로써 이사건 수사가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신병과 범행현장을 확보했던 경찰이 전혀 증거확보를 못하는등 수사에 실패한데다 정씨가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송치후 검찰수사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실정이어서 정씨의 송치로 수사는 미궁쪽으로 더욱 가까워진 셈이다.
경찰이 경비원 정씨를 전격 송치한 것은 정씨의 신병을 며칠 더 확보한다해도 수사의 진전을 기대할 수 없는데다 형사소송법상 중요시하는 「절차」문제에 시비가 일 경우 여론악화뿐만 아니라 기소후 재판과정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한 고육지책이었다.
경찰은 당초 정씨를 송치 만료가 되는 3일 송치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31일 오후 5시45분쯤 돌연 「송치」방침을 발표하고 15분만에 정씨를 인천지검으로 송치했다.
경찰은 1일이 토요일이고 2∼5일까지 설날 연휴가 계속되는데다 일요일인 2일의 경우 사건관련자들이 대부분 교회예배에 참석할 것이기 때문에 학교·교회관계에 대한 수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는 조병술 경비과장의 자살로 경찰이 기대했던 정씨의 심경변화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고려된 것이다.
경찰은 또한 정씨의 변호사 이양원씨(34)가 정씨와의 두번째 접견이 거부되자 인천지법에 「경찰의 변호인 접견 거부가 부당하다」며 준항고 신청을 해 받아들여지는등 「수사」의 문제가 「절차」의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였던 것도 내심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변호사 이씨는 경찰이 정씨가 범인이라고 자백한 22일 특수절도혐의로 긴급구속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이날부터 72시간이내에 사후영장을 발부하지 못하면 석방해야 하며 더구나 경찰이 당초 긴급구속의 사유가 아닌 업무상횡령등 혐의로 별건 구속한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들어 1일 오전 정씨의 구속적부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는등 경찰의 수사절차에 이견을 제시하며 공세를 취했었다.
경찰은 지금까지 수사의 편의를 위해 긴급구속사유가 아닌 다른 혐의로 일단 구속,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한뒤 긴급구속 사유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온 사례는 많았으나 이에 대한 적법여부를 가려줄 판례가 없었고 변호사 이씨가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경우 첫법률적 준거가 된다는 점과 자칫 적부심이 받아들여질 경우 망신살과 함께 수사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이다. 즉 검찰과 경찰은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상황에서 「절차」의 문제에 제동이 걸릴 경우 앞으로의 수사에도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강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해 말썽의 소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점에 합의,서둘러 정씨를 송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부천=김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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