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돋보기] 가벼운 차 사고 … 말다툼하다 현장 떠났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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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법원 1부는 추돌사고를 낸 뒤 피해자와 말다툼을 벌이다 현장을 떠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배모(41)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부상이 가볍고, 양측이 말다툼을 벌인 정황 등을 고려할 때 배씨가 피해자를 구호해야 할 필요성을 알고도 달아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통상 뺑소니 사건에는 특가법(도주 차량)이 적용된다. 사고가 났을 때 도로교통법(54조 1항)이 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달아나면 가해자를 더 엄하게 처벌하는 규정이다. 도로교통법은 '자동차로 사람을 사상(死傷)하거나 물건을 손괴(損壞)한 때에는 그 차의 운전자 등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뺑소니로 처벌하려면 사고 경위, 상해 부위, 과실 정도, 당사자의 나이, 사고 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로교통법이 정한 구호의 필요성이 있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상 정도가 가벼운 피해를 본 경우 뺑소니 성립 요건을 엄격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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