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베이징서 울린 나스닥 개장 종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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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국 시간으로 3일 오후 9시(한국시간 오후 10시) 베이징(北京)의 둥팡쥔웨(하얏트)호텔. "뎅~뎅~." 한 밤 중에 난데 없이 종소리가 퍼져나갔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술주 중심 주식시장인 나스닥이 3일(미국시간) 거래시각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중국에서 미국 증시개장을 알리는 종소리?

사정은 이렇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00년 이후 상장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엔론사태 등 사상 최악의 기업회계 부정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다. 때문에 외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이 크게 위축됐다. 이에 나스닥은 중국 기업을 대거 유치해 돌파구를 만들어 보려고 애를 써왔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주중 사무소를 설치해 나스닥이 정보기술(IT)관련 기업만 유치하는 좁은 시장이란 이미지를 불식시켜려 노력했다.

그런데 최근 유럽.홍콩.일본.한국의 증권거래소들이 다투어 중국 기업을 자국 시장에 유치하려고 혈안이 되면서 나스닥은 다시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유럽 증시에서는 중국 기업만을 유치하는 전담팀을 만들었고 도쿄(東京)증권거래소는 최근 중국 기업을 최초로 상장시켰다. 한국도 연내에 한국 증시 상장 1호 중국기업을 탄생시키 위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나스닥이 해외에서 처음으로 개장 종을 친 것이다. 이는 중국의 경제실력을 인정한다는 의미도 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경화시보(京華時報)는 "나스닥이 미국 영토 밖에서 개장 종을 울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나스닥이 중국시장을 그만큼 크게 중시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풀이했다.

이날 행사에는 밥 그레이필드 나스닥 최고경영자(CEO)와 쉬광쉰(徐光勛) 신임 나스닥 중국사무소장, 클라크 랜트 주중 미국대사가 참석했다. 또 나스닥에 이미 상장을 마친 중국 최대의 검색업체인 바이두,펀중(分衆)미디어, 루자(如家)호텔체인 등의 CEO도 동석했다. 같은 시각 미 나스닥 시장에서는 주 뉴욕 중국대사관 총영사와 나스닥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의 타종식을 생중계했다.

그러나 나스닥의 '깜짝쇼'에 중국 기업들이 미 증시로 쇄도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홍콩의 한 금융전문가는 "중국 기업들이 미 증시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상장 규정이 여전히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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