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향 초청 귀국연주 갖는 재미 바이올리니스트 김원모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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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마음속 깊은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 음악입니다. 그래서 음악을 모르는 사람도,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도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92년 시즌 첫 연주회인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제2백53회 정기연주회에 초대돼 귀국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원모씨(50)는 정서에 맞는 진한 감정을 담은 영혼의 소리를 낼 때 좋은 음악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국내에서보다 오히려 미국·유럽 등지에서 더 잘 알려진 김씨는 해방 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창 단, 20여 년간 이끌어 왔던 김생려씨(78·바이올리니스트·현재 미국 라스베가스 거주)의 아들이기도 하다.
음악공부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아버지 김씨가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국내교향악에 터전을 닦았다면, 아들 김씨는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와 지휘자로 한국인의 음악성을 세계에 알린 걸출한 음악가다.
31일 오후7시 부산문화회관에서 지방의 음악애호가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일 곡은 부르흐의 『스코틀랜드환상곡 작품 46』, 프로코피예프의『교향곡 5번 내림나장조 작품100』등 3곡.
12세 때 미국 유학 길에 올랐던 김씨는『6·25때 부산으로 피난 내려와 1년 정도 살면서 이곳에 정이 무척 많이 들었다』며『꼭 다시 한번 오고 싶었는데 부산 시향이 초대해 쾌히 승낙했다』고 부산연주회 배경을 설명했다.
어머니 고춘기씨(90년 작고)도 피아니스트였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어머니의 연주회장을 줄곧 따라다니면서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다.
맨해턴 음악대학을 졸업한 김씨는 당시 미국에서도 유일하게 박사과정이 설립돼 있던 미국최고의 음악대학인「이스트먼 음악대학」에서 21세로 최연소 박사학위를 받아 미국의 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무렵 세계의 내노라 하는 음악가들이 모이는「버크셔 음악 페스티벌」에서 2년 연속 최고 연주 상을 받았을 때 그는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수가로 자리를 굳혔다.
그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 교수초빙을 제의, 위스콘신·인디애나·일리노이·조지아 등 4개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김씨는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수십 명의 국내 음악가들을 미국으로 데려가 직접 가르치거나 연주회 등을 주선 해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 음악가들 중 그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 많다.
현재「로스앤젤레스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에서 바이올린 교수로 있으면서「롱 베이 심포니」등 3개 교향악단의 감독 겸 지휘자로 있는 김씨는『가능하면 자주 국내 음악애호가들을 위해 연주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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