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연봉 기입 요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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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에 희망연봉을 명시하라는 기업들이 많다. 희망연봉은 말 그대로 본인이 원하는 연봉의 수준이다. “그냥 희망사항인데, 한 1억원쯤 적어볼까?” 요즘 같은 취업난 시대에 이런 무개념 구직자는 없을 것이다. 한 취업사이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구직자 10명 가운데 6명은 자신이 실제 희망하는 연봉의 70~80%를 적는다고 한다.

그러나 희망연봉을 무조건 낮춰서 제시하는 것이 취업에 꼭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너무 높게 기입하는 것도 현실성이 없어 보이지만, 취업을 확정짓기 위해 턱없이 낮게 제시하는 것도 순수성이나 자질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기업은 대부분 사규에 준해 연봉을 지급하기 때문에 희망연봉에 대한 의미가 그다지 크지 않다. 단순히 희망연봉을 많이(혹은 적게) 적었다고 실제 그 액수의 급여를 주는 기업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희망연봉을 기재하라는 이유가 뭘까. 이는 급여(연봉)에 대한 구직자의 판단기준을 보려는 것이다.

회사가 정해놓은 연봉보다 훨씬 높게 기재한 사람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령 회사에선 2000만 원을 줄 수 있는데, 지원자가 3000만 원을 제시한다면 그 사람의 조건이 아무리 좋더라도 선뜻 뽑기가 쉽지 않다. 물론 회사가 꼭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한다면 연봉을 다시 책정해서라도 뽑겠지만 대개는 ‘거래’가 성사되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과거에는 정보가 부족해 희망연봉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을 이용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취업사이트들이 연봉검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연봉정보만 전문적으로 알려주는 사이트도 있다. 또 채용사이트와 취업카페의 연봉정보 교류게시판을 이용하면 보다 솔직 담백한 직장인들의 연봉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원회사의 연봉수준을 도저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 연봉을 임의로 적는 것이 부담된다면 “회사내규에 따르겠다”고 기재한다. 그러나 연봉이 베일에 감춰져 있는 기업들도 연봉을 제시하는 방법이 있다. 우선 동종업계의 연봉수준을 확인한다. 그 다음 비슷한 규모의 회사들이 지급하는 연봉을 파악한 뒤 이를 기준으로 지나치게 높거나 낮지 않게 명기하면 된다. 이 때 연봉만 달랑 기재하는 것보다는 “협의(또는 조정) 가능” 등의 문구를 삽입하면 훨씬 부드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범위를 정해 제시하고자 할 경우에는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최저연봉을 기록하고 그 연봉에서 15~20% 정도의 수준으로 최고연봉을 기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가령 본인이 전 직장에서 2천만 원을 받아서 최소한 그 이상을 받고 싶은 구직자라면 2000만~2300만원(또는 2400만원)이라고 기입할 수 있겠다.

유종현 건설워커 대표,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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