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불꽃투혼…초반 부진 씻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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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축구의 생명은 역시「강인한 정신력」임을 재확인한 13일간의 열전이었다.
한국올림픽축구 대표팀이 막판에 타오른 불꽃 투혼으로 초반의 부진을 씻고 한 세대 가까운 28만에야 올림픽본선에 자력 진출하는 쾌거를 이 룩, 한국축구 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극동 3개국과 중동3개국 등 6개 팀이 맞붙어 마치 두 지역의 세다툼양상을 띠었던 이번 대회에서 당초 5전승 내지 3승2무의 성적을 기대했던 한국은 뜻하지 않은 주전들의 후반 체력 저하로 중동 팀과의 초반 3연 전에서 부진(1승1무1패), 최종일까지 피를 말리는 긴장과 불안을 맛봤다.
3-5-2포메이션의 핵이자 플레이 메이커인 노정윤(노정윤)등 미드필더들이 발에 쥐가 나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일찍이 한국축구에서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을 연출, 일본의 요코하마 감독으로부터『빨간 유니폼은 분명 한국 것인데 그 안의 선수들은 한국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비아냥까지 산것이다.
일본감독의 혹평이 오히려 한국선수들의 투혼을 일깨우는 약이 돼 종반 대역전극을 펼치는 계기가 됐지만 후반체력 저하문제는 올림픽대표팀이 개선해야 될 첫 번째 과제로 지적됐다.
『일본만은 이겨야 한다』, 『중국에는 패할 수 없다』며 투혼을 불태운 선수들의 정신력은 높이 살만 하지만 이제까지 한국축구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체력의 문제점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급선무로 떠오르고 있다.
또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은「주전이 따로 없다」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됐다.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현대축구의 흐름에 따라 단 한번의 잘못에도 여지없이 경고나 퇴장명령을 받기가 십상인데다 미드필드에서부터의 격렬한 몸싸움과 거친 태클 등으로 부상선수들이 속출, 엔트리 전원을 활용하는 작전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김삼락 감독도「베스트11」위주의 연습이 이번 대회를 통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절감했다고 밝히고 선수전원의 풀 가동을 전제로 한 새로운 작전구상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출전6개국의 절반을 이루는 중동 팀에 대한 사전 연구와 대응책 준비부족으로 초반 레이스를 어렵게 끌고 가는 우를 범했다.
상대팀들의 전력을 과대평가, 지나친 긴장으로 플레이가 위축된 것과 두터운 중앙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에 나서는 중동축구에 대해 효과적인 공략 책을 마련치 못해 오랜 시간 볼을 갖고 있었음에도 좀처럼 득점찬스를 잡지 못한 것이다. 【콸라룸푸르=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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