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용(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게,오래 살고 싶어 한다. 그같은 욕심은 가난하고 여유없이 사는 사람들보다 뷰유하고 풍족한 사람들일수록 더욱더 강하게 마련이다. 돈이 아무리 많은들 죽음 앞에서야 무슨 소용이겠느냐는 생각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돈많이 가진 사람들은 건강을 유지케 하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물건이라면 값이 아무리 비싸도 기꺼이 사들인다. 건강식품 혹은 보신식품이 날개돋친듯 팔려나가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그 보신식품 가운데 단연 1등품목으로 꼽히는 것이 녹용이다. 녹용은 사슴의 채 자라지 못한 어린 뿔을 일컫는다.
여러 문헌에 기록된 바를 종합하면 녹용은 전신강장약으로서 건강한 사람이 복용하면 신체강장과 질병예방에 도움이 되며,어린아이가 복용하면 발육을 촉진하고 저항력을 증강할 수 있다고 한다.
청장년에게는 건강유지에 좋고,중년에게는 강장과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으며,노인에게는 신체의 허약한 부분을 보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사람들의 녹용에대한 지극한 선호는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다른 건강식품,보신식품과 마찬가지로 녹용 역시 그 효능이나 성분함량같은 것이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밝혀져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의학계에서 조차도 『그동안의 임상실험 결과나 치료경험으로 미루어 신비의 약효가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할뿐 그 효과에 대한 과학적 배경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보다는 오히려 「신비로운」약효가 사람들의 마음을 녹용에 이끌리도록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한국은 전세계에서 녹용을 제일 많이 소비하는 나라로 꼽혀 있다. 얼마전의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녹용소비의 70%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슴이 사육되고 있으나 수요가 너무 엄청나 국내 사슴만으로는 도저히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데 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녹용이 정당한 수입절차를 거쳐,혹은 밀수형태로 매년 상당량 국내에 반입됐는데 당국이 금년부터 사슴수입을 자유화하자 벌써 27건에 3만4천5백44마리의 사슴이 수입검역신청됐다는 소식이다. 외국산 사슴이 국내산 사슴에 비해 절반 내지 3분의 1 값이라니 뇩용값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는지는 몰라도 어울리지 않는 「사슴왕국」이 되는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일찍이 노천명 시인은 사슴을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라고 읊었는데,기실 사슴은 「뿔이 있어서 슬픈 짐승」은 아닐는지.<정규웅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