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 일서 번역 출간해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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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전 고려대총장 김준엽박사의 광복군시절 회고록 『장정』이 정신대 문제로 한일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일본에서 번역 출간돼 화제다.
학도병 탈출 제1호인 김 박사가 광복군에 합류한 뒤 직접 목격했던 임시정부와 광복군의 활동상을 생생하게 증언한 이 회고록의 일어판은 청년 김준엽이 일군을 탈출하여 김구 주석 귀국 때 동행하지 않고 46년2월 중국 중경의 동방어문전문학교 전임강사 취임 전까지만 다루었다.
역자는 재일 동포 황민기씨와 우스키 게이코씨.
우스키씨는 90년 12월 일본 내의 의식 있는 대학교수·변호사 등 2백 여명의 회원을 모아「일본 전후 책임을 확실히 하는 회」를 설립, 정신대 피해보상에 앞장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여류작가.
일어판 출간은 우스키씨가 지난해 정신대 관련자료 수집 차 방한 중 김 박사의 『장정』을 발견, 『일본이 과거를 청산하려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번역출판을 간절히 요청해와 이루어졌다.
『일본인들이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더군요, 그러나 일어판은 일본의 새로운 인텔리들의 성숙한 모습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젊은이들이 민족정기를 바로잡고 특히 조총련계 2, 3세들이 독립운동사와 우리 민족사에 대한 올바른 관을 갖는 조그마한 계기가 됐으면 하고 원했기 때문입니다.』
김 박사는 일어판 출판을 승낙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면서 89년 MBC드라마 제작팀과 한달 반 동안 현장을 답사, 지명 등을 일일이 고증한 끝에 원본에 잘못된 지명한 곳을 일어판에서는 바로잡을 수 있었다며 흐뭇해했다.
중국어판도 대만 동해대 진령령교수가 번역, 홍콩 삼련출판사에서 올 여름쯤 나올 예정.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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