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황세희의몸&마음] '정신과 의사와 친해지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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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쟁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며 무한 경쟁은 이를 가속시킨다. 하지만 설사 절대적인 내 처지가 나아져도 남과 비교해 뒤처졌다 싶으면 스트레스와 불행감에 시달린다. 실제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향해 질주하는 지난 5년 사이 국내 자살자 수는 2배나 늘었다.(2000년 6460명에서 2005년 1만2047명)

양극화로 부자도 증가했지만 더 많은 상대적 빈자가 속출한 탓이다. 자살은 대부분 우울증(불행감)에 시달리다 못해 최후 수단으로 선택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행을 느끼는 이는 훨씬 많은 셈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무한 경쟁 사회에서 어떻게 정신 건강을 지켜야 할까.

우선 정신 질환에 대한 주홍글씨부터 없애야 한다. 그래야 나, 혹은 사랑하는 이의 병을 조기 발견.치료해 완치에 이를 수 있다. 사실 정신 질환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병이다. 윈스턴 처칠, 에이브러햄 링컨, 버지니아 울프 등이 앓은 우울증은 평생 유병률이 10%나 된다. 정신분열증만 해도 국내에서 매년 1만 명의 환자가 발병한다. 여기에 히스테리.불안증.적응장애 같은 신경증(노이로제).편집증.강박증.성격장애 등을 더하면 집집이 한 번씩은 정신질환을 접할 정도다. 정신 질환을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병'으로 오해하는 이유는 병이 있어도 병원에 안 가고, 병원을 다니는 사람도 병을 숨기려 들기 때문이다.

정신 질환은 마음의 병이 아닌 뇌에 이상이 생긴 '뇌 질환'이란 인식 전환도 해야 한다. 실제 우울감.불안.초조 등 각종 정신 현상은 뇌의 물질 변화가 원인이다. 황당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정신분열병도 뇌의 변화로 감정.인지.사회활동 등 정신 기능에 이상이 생긴 병이다. 따라서 마음을 굳게 다져 먹는다고 극복되는 게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낫는다. 속 쓰릴 때 위장약을 복용하듯 정신(뇌)이 피곤하고 병들면 신속한 약물 치료가 해결책이다. 정신 질환 역시 방치 기간이 길수록 사회부적응.자살 등 심각한 부작용이 급증한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그날그날 해소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화나는 일은 잠들기 전까지 친한 이에게 하소연하고, 일을 몰아서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바쁜 일상에서도 나만을 위한 시간(취미 생활.운동 등)을 갖는 여유도 가져 보자. 이런저런 관리를 해도 마음이 불안하고 괴롭다면, 감정 변화가 심하고, 대인 관계가 힘들 때, 일상생활을 꾸리기가 벅찬 느낌이 든다면 언제라도 정신과 상담을 받자. 인체도 일순간 균형이 깨지면 병에 걸리듯 정신 질환도 정신 기능이 부조화를 보일 때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황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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