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던 몇 년…아버님도 명예회복 되실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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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지난달 28일 저녁 전남 무안군 무안읍 선거사무실에서 예정에 없이 만난 김홍업 씨는 베이지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영락없이 발로 뛰는 선거후보 차림새였다. 김씨는 좀처럼 말문을 열지 않으려 했다.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지역 선거에 왜 이렇게 관심을 쏟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선거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묻자 “어렵지요. 무안도 그렇고, 신안도 그렇고”라고 대답했다. 기자들을 피해 다니다시피 하는 그와 어렵사리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출마하게 됐습니까.
“한화갑 전 대표와는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입니다. 한 전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했을 때 내가 하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운명처럼 그렇게 됩디다. 사실 그때 그 사건(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된 것) 이후 몇 년간은 지옥처럼 보냈어요. 더러운 누명을 쓰니까 치욕스러워 일어날 힘이 없더군요. 난 그게 내 개인 사건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예고된 사건이었어요. 이용호 게이트 때부터 갑자기 내 이름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난 이름도 모르는데. 그 다음부터 계속 내 이름이 오르내렸어요. 대검 중수부에서 불러서 가보니 사건이 이미 짜여 있습디다.”
(그는 요즘 자신에 대한 기사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TV 뉴스에서 자신의 예전 사법처리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한다고 말했다.)

-유권자 반응은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이곳은 연세 드신 분이 많습니다. 저를 보면 아버님을 본 듯 반갑게 맞아줍니다. 이곳은 아버님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곳입니다. 민주당의 산실이기도 합니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선거가) 어렵다고 해도 실제로 유권자들을 만나보면 거부감이 없습니다.”

-아버님이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선 출마에 대해 어떤 입장이셨습니까.
“사전에 나가겠다고 의논한 적도 없고, 아버님도 아무 말씀 안 하셨습니다. 그런데 운명에 의해 끌리듯이 자연히 공감대가 형성되더군요. 아버님은 누구보다도 제가 억울한 것을 잘 알고 계시니까요. 제가 나가서 명예회복을 하면 아버님 명예도 회복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출마하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무안, 신안은 정말 전국에서 낙후된 곳이다. 가면 잘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전남 무안=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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