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한계 느끼는 한국민/뉴스위크 한국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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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급속한 변화에 적응안돼 경기침체 불러/경제회생 위해 권리일부분 포기 태세도
공산주의·전체주의가 붕괴되고 민주주의의 승리가 완연해지자 이제 민주주의에 대한 반성의 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는 최근 몇년동안 민주주의의 승리에 도취해 있다. 독재정권은 무너지고 권위주의 정권들은 정치적 반대를 허용했다.… 그러나 축제가 끝난 지금 이른바 민주주의의 승리에 대해 냉정하게 현상파악을 하고 문제점을 찾아봐야 할 시점이다.』
29일자 뉴스위크 한국판은 「민주주의 한계」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전체주의가 무너진 자리에 민주주의가 자리잡고 있지만 민주주의의 취약성과 한계를 극복하지 않는한 번영과 자유가 저절로 찾아오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동지는 아직 한국·알제리·유고등 여러나라가 보여주듯 민주주의가 완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있고,특히 한국의 경우 민주개혁이 경제침체라는 값비싼 대가를 초래,급기야는 노태우 대통령이 경제회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연기하겠다고까지 선언하는등 문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뉴스위크 한국판이 분석한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
『한국의 학생과 재야인사들은 수십년에 걸쳐 독재에 항거했고 결국은 일반 국민도 합세해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6·29선언 등을 통해 스스로 민주개혁을 실시한 지도자라고 생각하나 선언의 진짜주역은 개혁을 외치며 수주일동안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수십만의 한국 국민이다.
노대통령이 자진해 민주주의를 수용한 것은 아니며 누룰 수 없는 민중의 힘에 굴복한 것이다.
밖에서 보면 그 이후 한국의 민주화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선거를 언제·어떻게 치를지는 아직도 집권당이 결정하지만 선거결과를 집권당이 좌우하지는 못한다. 족쇄가 풀린 언론은 어제 어느 누구라도 거리낌없이 비판한다.
그러나 일부 한국인들에게는 아직 이런 변화가 고통스럽다. 민주주의의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수십년간 억눌려왔던 감정과 욕구가 민주개혁으로 폭발했다.
대학생들의 반미 감정은 크게 고양됐고 전국의 대학캠퍼스에서는 미국의 상징물에 대한 모독행위가 잇따랐다.
노동자들은 더 많은 돈과 더 나은 작업환경을 요구했다. 임금은 해마다 평균 20%씩 올랐고 주요 수출산업에서 노사대결은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했다.
그 결과 한국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민주개혁이 시작된 88년 무역흑자는 88억달러였으나 91년에는 96억달러를 기록했다.
민주개혁이 경제침체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관료들의 인식이 높아졌고 이에 대해 드러내놓고 반박할 사람은 별로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한국인은 경제를 위해 새롭게 얻은 민주적 권리를 부분적으로나마 포기할 태세가 갖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은 올해 실시하려던 두번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선거에는 돈이 많이 드는데 지자체 단체장선거를 포함한 네번의 선거는 침체국면의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 였다.
민주당이 이 결정에 강력 반발,대통령 퇴진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반 국민이 투쟁에 동조할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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