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한문교실 지도 퇴임교사 구창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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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어린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다시 대하게 되니 마냥 반갑기만 합니다. 서울시가 입안하고 각 구청에서 주관하는 겨울방학어린이 한문교실의 마포구지역 선생님인 퇴임교사 구창본씨(67)는 『교직은 역시 천직인 모양』이라며 웃었다.
지난 90년 서울 양화국민학교에서 37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정년 퇴임한 구씨는 전직 교사 모임인 삼악회 추천으로 한문교사가 돼 요즘 마포구지역의 임시교실인 구청 뒤 성산제1노인정에 출근하고 있다.
13일부터 오는 25일까지 매일 2시간씩 한문·생활예절을 배우는 이 교실의 학생수는 국민학생·중학생을 포함, 현재 73명이다.
서울신길5동에서 아들내외와 함께 사는 구씨는 출근하려면 버스·전철을 세 번 갈아타느라 1시간30분씩이나 걸리지만 즐겁게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삼악회에서 만든 한문단어집 강의교재를 일일이 학생수 만큼 복사, 구멍을 뚫고 철을 해 나눠주느라 손에 굳은살이 박인 구씨 자신의 철학은 정성이며, 교육철학은 전인교육이다.
구씨는 『사람들은 국민학생이 버릇없고 상소리를 하면 가정교육을 탓하고 싸움이나 비행을 저지르면 학교에서 그런 정도밖에 배우지 못했느냐고 탓한다』면서 『가정에서는 기본예절을 제대로 가르칠 필요가 있지만 학교에서도 지식만이 아닌 전인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가족화 시대의 어린이들은 너무 받들어주기만 하는 부모 밑에서 자신을 공주나 왕자처럼 생각하며 버릇없이 자라는 일이 많다는게 구씨의 걱정이다. 한문교실 수업에서는 예를 들어 문화교류란 한문단어가 나오면 서구문명의 유입, 우리 도덕·예절의 혼란, 예절의 중요성 등을 함께 가르친다고.
구씨는 『신문배달·구두닦기·공장취업 등 생계활동에 바쁜 어린이들이 참석을 못하고 있어 아쉽다』면서 『행복한 가정의 어린이들만이 아니라 불우한 어린이들에게도 예절·도덕교육을 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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