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교과서 불성실 역사교육/정부차원의 시정노력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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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올 개편에 맞춰 한­일 관계사 바로 잡아야/정신대 문제도 포함을/국내학자들 요청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일본 역사교과서의 한국관련내용 왜곡이 여전한 가운데 93,94년도에 단행되는 일본 중·고교 교육과정 개편에는 이러한 왜곡내용의 시정과 함께 정신대 진상 등도 포함시키도록 정부가 외교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이번 교육과정 개편이 지난 82년 교과서 왜곡사건이후 처음있는 대대적인 작업이라는 점에서 교과서 검인완료 이전에 우리측의 주장을 강력히 전달해야 하며,특히 일본의 침략,피해상황 등 한국 근·현대사부분을 정확하게 서술해 21세기를 앞둔 양국의 바람직한 관계정립을 위한 초석을 삼아야 한다는 것이 각계의 반응이다.
일본 중·고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중학교용 새교과서는 올해 6월중 검정완료하고,내년 6월까지는 고교교과서가 검정을 마치게 된다.
일본교과서는 민간에서 만들어 문부성의 검정을 받도록 돼있다.
그러나 문부성의 검정방침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의도적 왜곡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82년 한국침략을 「진출」「출병」으로 표현한 것이나 임진왜란의 동기를 「정명가도를 거절한 때문」이라고 표현하고 「안중근의 이등박문 암살이 일본의 조선병합의 직접원인」이라고 한국침략경위를 호도하는 것등도 문부성의 검정방침이 시정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고 교과서 개편에도 이러한 시각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항래 교수(숙명여대 한국사학과)는 『일본교과서에서는 민비시해사건을 「살해·학살」등으로 표현해 민비의 지위격하와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으며,대한제국의 존재도 교묘히 격하시키는등 교과서를 통해 한국의 주권을 유린하고 있다』며 『한말조상들의 끈질긴 저항과 대한제국의 주체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시정돼야 하며 한국침략부분에 있어서도 「병합」과 같이 얼버무리지 말고 일본이 한국의 주권을 「침탈」한 범죄행위임을 명백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교수는 또 『이의시정을 위해 한일간의 양심적 학자들이 한일교과서연구회를 만들어 교과서내용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나 정부차원의 지원이 없어 어렵다』며 『이번 교과서개정때에는 왜곡시정을 위해 정부측은 국가간의 강요·강박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효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는 『정신대의 실상과 진실을 교과서에 반영하라는 주장은 90년부터 계속해온 일』이라며 『이번 미야자와 총리가 국회연설에서 「잘못이 두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차세대에게 역사를 바르게 전달해야 한다고 느낀다」고 말했으니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서 사용되고 있는 역사·사회교과서 30여종중 정신대문제가 언급된 교과서는 산천출판사의 「상설 일본사」등 4∼5종에 불과하며 그내용도 『미혼여성을 뽑아 군수공장에서 일하게 했다』고만 기술,한국여성의 강제동원,일군위안부의 실상을 은폐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과서 국제비교연구부 이찬희 선임연구원은 『일본교과서에 기술된 내용의 저변에는 한국이 일 식민지를 거치며 근대문명을 받아들여 잘살게 됐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며 『다음세대 일본을 이끌어갈 학생들이 이를 통해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게될 때 향후 한일관계 진전에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의 관계자는 『일본교과서가 검인정제라는 점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요청하기는 힘든 실정』이라며 『이번 교과서개편에서 얼마나 바뀔지는 6월 견본분이 나와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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