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신승수 작품활동 왕성한 젊은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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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신승수 감독(1954년 생)은 그의 7회째 작품 『아래층여자와 위층남자』라는 것을 최근 크랭크인했다. 이 영화는 1년에 상·하반기 두 번씩 있는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입선작으로 양승균의 작품이다.
얘기는 젊은 커플이 결혼했다가 하찮은 일로 다투다 일단 헤어지나 생각해보니까 다시 아쉬워져 약간의 곡절 끝에 재결합하게되는 것이란다.
젊은 커플들의 최신(?) 결혼풍속도 같은 것으로 보인다.
제작은 벌써 회사를 차려놓고도 마땅한 것이 없었던지 우물쭈물 좀처럼 손을 못 대고 있던 미도 영화사(대표 이상언 감독)가 창립 제 1호 작품으로 치고 나간다.
신승수의 작품경력을 보면 황석영 원작의 『장사의 꿈』(85년·백상상신인감독상), 자신의 오리지널 시나리오 『달빛사냥꾼』(86년·대종상신인감독상·백상상작품상 각본상), 역시 자신의 시나리오 『성야』(87년), 『빨간 여배우』(89년), 진흥공사 시나리오 입선작 『수탉』(89년·대종상 작품상·몬트리올영화제출품), 그리고 자기 시나리오 『스물일곱송이 장미』(91년·미개봉) 등 6편으로 되어 있다.
6편 중 1편은 미개봉이니까 정확히 5편중 신인감독상 두 번, 작품상 두 번, 각본상 한번, 그리고 해외영화제에 한번 나갔다면 이것은 아주 이례적으로 대단한 수상 경력이랄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이나 작품이 별로 화려하게 매스컴에 오르내리지 않는 것은 웬일일까. 영화들 자체가 상을 탈만큼 착실하나 썩 센세이셔널하지 않다는 얘기일까, 또는 제작사들이 북 치고 장구 치고 선전을 안했거나 못한 때문일까.
그런데 그의 영화 흥행실적을 보면 대체로 그 원인을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 자신의 말로 『장사의 꿈』2만, 『달빛사냥꾼』8만, 『성야』4만, 『빨간 여배우』7만, 『수탉』2만이라는 것이다.
영화란 정말로 좋든 나쁘든 우선 관객이 많이 들어야 떠들썩하게 화제가 되는 법이다.
요새도 그런 풍습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50년대 만해도 극장이 만원이 되면 설렁탕값 정도의 액수가 든「만원사례」라는 봉투를 관계자들에게 뿌리듯 나눠주는 풍습이 있었다.
필자도 몇 번 그런 것을 얻어 봉투를 관찰(?)한 적이 있는데 「만원사례」의 글씨 따위로 보면 일본시대 찌꺼기 풍습으로 보인다. 일종의 사기 앙양제다.
그런데 신승수의 경우 최고가 8만, 최하가 2만이라니, 그런 관객숫자로는 도대체 화제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관객 10만 이상이라는 것은 어려운 일로 보인다. 임권택 감독조차 얼마 전 한말 중에 자기 영화는10만 들어 본적이 없다고 한 것이 기록되어 있다.
감독이란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에누리없이 자수성가할 수밖엔 다른 도리가 없는 직업인데 신승수 역시 착실하게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그는 고향은 보령이지만 소년기엔 철원에서 성장했다. 거기엔 군부대가 많았는데 밤마다 야외극장에서 영화를 돌렸다. 외국영화도 더러 있었지만 태반이 한국영화였다. 그는 거의 매일 밤 이것을 본 것이다. 『임꺽정』(61년·유현목 감독), 『원술랑』(61년·장일호 감독), 『지옥문』(62년·이용민 감독)등 무수했다.
그것은 소년기 그에겐 신비와 경이의 세계였다. 세상엔 저런 세계가 있구나 감탄했다. 좀더 성장하면서 나도 저런걸 할 수는 없을까 생각했다.
하길종·이장호·변인식·김호선 등이 75년 「영상시대」를 결성하고 감독·배우 후보생을 모집했다. 신승수도 응시하나 낙방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인연이 되어 하길종 감독 연출부에 들어간 후 7년 간 여러 감독의 조감독 생활을 한다. 김수용·홍파·이장호·배창호가 그들이다.
오랜 조 감독 시대였으나 그후 곧바로 데뷔, 지금까지 1년 1편 페이스로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 그 자신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베스트셀러 같은 원작 덕도 못보고 혼자서 지금껏 헤쳐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혼자서 헤쳐 나왔기 때문에 그의 오늘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에게 필요한 것은 지극히 단시일 내에 꽝! 하고 일대만루홈런을 치는 일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탉』같은 것을 과감한 코미디로 만들 수 있는 기상천외의 발상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 사람도 한국영화의 미래를 어쩔 수 없이 걸머지고 가야할 젊은이다.
「임영(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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