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운 삶 위한 최저 비용 계산"|노총 「최저 생계비」 산출 맡은 이정식 연구 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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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정부에서 발표하는 국민 최저 생계비를 가지고는 사람다운 생활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이번에 우리가 조사한 것은 서민 가계에 큰 주름살을 안겨주는 물가 폭등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 노동자들의 현재 임금이 과연 얼마나 부족한지를 판단하려한 것입니다.』 한국노동조합 총연맹 (노총)이 최근 발표한 도시 근로자 최저 생계비 산출 작업의 실무를 맡았던 이정식 연구위원 (32·정책연구실)은 부부와 국교생 자녀 두명으로 이루어진 근로자 4인 가족이「인간답게」 살려면 적어도 월 1백11만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그 산정 근거를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전국 6대 도시 1천8백 가구의 생활비 및 주거 형태 조사, 3백12개 생활 필수품 가격 변동 등을 토대로 가구 규모별 생계비를 발표한 그는 조사 결과 우리 나라 근로자들의 임금은 최저 생계비의 60%를 밑도는 저임금인 것이 판명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보사부 산하 보건사회 연구소가 지난해 7월 4인 가족 최저 생계비로 35만6천원이라는 수치를 내놓았던 것과는 무려 3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대해 정부 발표는 조사 목적부터가 생활보호대상자 선정을 위한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가까스로 생존하고 있는 가난한 가계부 내용을 토대로 산출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노총에서 5년째 생계비 산출 업무를 맡아온 이씨는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정확한 금액 산출을 위해 조사 대상 9개 항목 중 식품비 산정의 경우 한국영양학회가 제시한 식품군별 영양 섭취량을 기준으로 삼아 4인 가족에 월 39만원을, 주거비는 경제기획원의 주택 센서스에 의거, 13평짜리 전세 (방 2개)를 기준으로 월별로 환산, 23만원을 잡았다.
이씨는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의 물가 상승률 9·7%도 이미 위기 상황이지만 실제 생계비 품목의 상승률은 그 2∼3배에 이릅니다. 흔히 국민 총 생산량을 선진국과 대비해 우리 근로자의 임금이 높다고 얘기하지만 우리 나라처럼 사회 보장 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는 근로자 스스로가 해결해야할 분야가 많다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는 이번 생계비 산정에 대한 결론으로 『정부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는 정책을 쓰고 있다면 생존만 해결하는 「최저 생계비」라는 말은 없애고 인간적인 생활이 가능한 「필요 생계비」의 개념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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