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 둘러싸인 한·미 연합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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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연습에 참가한 육군 병사들이 시위대의 접근을 막기 위해 쳐 놓은 철조망 안에서 훈련 준비를 하고 있다.태안=변선구 기자

29일 오전 8시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 주한미군사령부와 해병대 소속 장병들이 구축함에서 구축함 공기부양정과 수륙양용장갑차 수십여 대를 몰고 해변에 상륙했다. 해마다 이곳에서 연례적으로 해 온 연합전시증원(RSOI)연습의 한 장면이다. 이 훈련은 북한의 기습적 남침에 대비해 미군의 한반도 증원 태세를 점검하는 한국과 미국의 연합 훈련이며 1994년부터 해마다 실시해 왔다.

그러자 해변에서 100m쯤 떨어진 도로변에서 "한.미 연합 상륙작전 훈련을 규탄한다"는 구호가 들렸다. '평화통일을 여는 사람들'과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등 전국 40여 개 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 100여 명이 "대북 선제 공격 연습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이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6자회담 합의와 그 이행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열망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북한 공격을 전제로 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리포해수욕장 곳곳에는 "한반도 전쟁 위협하는 군사연습 중단하라"는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전쟁 반대' 'STOP RSOI'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과 깃발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 주변은 전경 8개 중대 850여 명과 사복경찰 등이 철통같이 에워싸고 있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의 훈련장 진입을 막기 위해 전날부터 대기 중이었다. 또 군 당국은 시위대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해수욕장 모래사장 2.2㎞ 구간에 철조망까지 설치했다. 해병전우회는 "합법적 훈련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집회와 시위는 훈련이 진행된 5시간 동안 계속됐다. 그러나 원천봉쇄에 나선 경찰과 시민단체 회원 간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을 뿐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지난해에도 이곳에서 열린 연합전시증원연습 훈련장에 진입해 장갑차를 가로막고 장병들의 옷을 잡는 등 훈련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범민련 남측본부 소속 이모씨 등 8명이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었다.

태안=김방현 기자 <kbhkk@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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