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한 「팁」관행 고쳐야한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받는 팁(봉사료)에 대해 최근 국세청이 과세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룸살롱이나 요정·카페등 술집 종업원들이 받는 팁의 액수가 날로 고액화되고 있어 산업체 근로여성들의 유흥업소 진출이 두드러진 현상으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이들이 쉽게 번 돈을 헤프게 쓰는 습관으로 과소비 풍조를 부채질한다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원칙에서 보면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두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는 과세근거를 잡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팁을 주고 영수증을 받는다면 모르지만 우리의 팁 관행은 전혀 그렇질 않다. 호주머니 사정껏 알아서 주는 것이 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봉사자가 고액의 팁 수준을 자의로 정해놓고 손님에게 강요하고 있다. 그렇게 받은 액수를 정직하게 세무관서에 신고할리 만무다.
둘째는 팁에 대한 무리한 과세가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가리라는 예상이다. 예컨대 매상액의 일정률이나 고용된 봉사자수에 비례한 정률의 액수를 과세대상으로 했을 때 영업자는 고객에게 세부담을 전가하고 팁은 팁대로 따로 챙기는 속임수를 쓰게될 것이다. 결국 소비자만 골탕을 먹게된다.
그렇다고 해서 방만한 팁 관행에 의한 노동가치의 왜곡과 근로 의욕의 저상 현실을 방치해선 안된다는 필요성은 절실하다. 작년말 전경련부설 한국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유흥업소 여성종업원 5명중 1명이 제조업 생산직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생산직 여성의 월평균 임금이 39만원 정도에 그친 반면 룸살롱·카페 여종업원 수입은 조사된 것만으로도 90만∼1백30만원에 이르고 있다. 하루 종일 일해서 받는 월급이 하룻밤 몇 시간 술마시고 즐기면서 얻는 수입의 3분의 1 정도에 그치는 현실이니 산업 역군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흔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한국은행 자료는 90년도 한해 유흥업소에 뿌려진 팁이 3천억원에 이른다고 돼있다. 같은해 GNP 성장률 9%보다 2배가까운 액수의 팁이 전해에 비해 늘어난 것이다. 이런 팁 관행이 계속될 경우 제조업은 위축되는 반면 유흥·서비스업의 팽창현상은 더욱 심화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이런 점에서 팁에 대한 새로운 반성과 새로운 행동이 요망되는 것이다.
우선 팁에 대한 국민의 잘못된 관행이 시정돼야 한다. 여기서 지칭하는 국민은 유흥업소에서 돈을 물쓰듯 뿌리는 졸부형,또는 뇌물성 「검은 돈」을 거래하며 향응을 즐기는 자들에 국한돼야할 것이다. 이들이 함부로 뿌리는 팁이 신성한 노동가치를 교란하고 왜곡시키며 과소비·퇴폐·사치를 조장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절제해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땀흘려 일해야만 그 대가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건전한 사고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것을 전제로 해서 서비스에 합당한 팁이 지불돼야 하고 과세원칙에 따라 이에 대한 세금도 정률화해 신고·징수돼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나 사회단체등의 캠페인이 앞서야 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