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천원의 행복'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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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는 1000원이지만 10만원어치의 감동을 느꼈어요."

26일 오후 9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만난 최윤호(34.회사원)씨는 '천원의 행복' 공연을 즐긴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최씨의 여자친구 김미영(31)씨도 "비싼 관람료 때문에 마음에 드는 공연이 있어도 보기 힘들었는데 경제적인 부담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이 올 초 시작한 '2007 서울시민 문화 충전 천원의 행복' 공연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오고 있다. '천원의 행복'은 비싼 관람료 때문에 문화예술 공연을 접할 기회가 적은 서울시민이 문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올 1월의 첫 번째 공연에 이어 이날이 두 번째 공연이다. 공연장은 손을 꼭 잡은 연인 외에도 엄마와 함께 온 어린이부터 희끗희끗한 흰머리의 노신사까지 다양한 관객으로 붐볐다.

오후 7시30분 3000여 석의 좌석이 꽉 차자 공연이 시작됐다. 이날 공연 주제는 '새봄을 여는 클래식'. 서울시청교향악단이 새봄을 환영하는 의미의 '봄의 소리 왈츠'를 연주하자마자 대극장 안은 축제의 장(場)으로 변했다.

가수 유열씨와 러시아 국립교향악단 수석지휘자 박태영씨,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씨, 팝페라 가수 정세훈씨 등이 잇따라 출연해 공연장에 열기를 더했다.

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은 '아베마리아'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등 관람객들의 귀에 익은 곡들을 선사했다. 국립무용단 단원들은 음악에 맞춰 멋진 춤으로 관객들에게 고운 자태를 뽐냈다.

일부 관람객은 연주에 맞춰 어깨를 들썩였고, 공연 중간중간 객석에서는 '브라보~'라는 함성소리와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자 관람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앙코르"를 외쳤다.

엄마 손을 잡고 온 김지우(13.서초구 잠원동)양은 "남성 팝페라 가수가 여자 목소리로 노래하는 대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언니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는 최은희(48.주부)씨는 "살림을 하는 주부가 10만원이 넘는 공연장을 찾기 어려웠는데 '천원의 행복'처럼 싸면서도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기게 돼 기뻤다"며 환히 웃었다. 공연 내용이 실속 있다고 알려지면서 관람 신청자도 크게 늘고 있다.

선착순으로 관람 신청을 받은 올 1월에는 접수 시작 40분 만에 2600여 장의 티켓이 동났다. 이번 공연도 70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려 6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세종문화회관은 관람객들이 내는 관람료 1000원을 모두 보육원 등에 전달한다. 대부분의 출연진은 이 공연의 취지에 맞게 출연료를 받지 않고 무료로 봉사한다.

세종문화회관 홍보팀 김아림(32)씨는 "일부에서는 '싼 게 비지떡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수준 높은 출연진과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공연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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