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여하키 이경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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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두 손을 꽉 잡은 스틱에 힘을 준다.
바르셀로나 올림피아드에서 신데렐라가 될 것 같은 임신년 아침이다.
한국하키의 사활이 걸린 이번 올림픽에서 어쩌면 내 하키인생을 마감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89년 한체대 1년 때 태극마크를 단 이후 3년 동안 너무도 많은 변화와 시련이 날 강하게 담금질했다.
특히 지난해 89월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올림픽 예선전은 대표팀 동료들의 정신력을 차돌같이 만든 계기가 됐다.
협회의 내분 속에 경비조차 없어 체육회로부터 빌려 출전한 대표팀은 사기가 떨어지고 투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한장의 티킷을 놓고 일본과 겨룬 5∼6위 전에서 우리들은 근성과 오기가 살아나 결국 바르셀로나 막차를 탔다.
이 같은 소용돌이 속에나 자신도 모르게 강하게 성장한 것 같다.
임계숙 장은정 등 언니들이 몸을 던지며 상대방의 공격을 가로막는 등 불같은 투지를 보여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이제는 고릴라 같은 서구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개인플레이는 금물이며 짜임새 있는 팀 플레이를 위해 가급적 득점기회를 만들어주는 어시스트 전문 윙이 되고싶다.
어느새 대학 졸업반이다. 그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스틱만 휘둘러대느라 그 흔한 미팅한번 해 보지 못했다.
이러한 아쉬움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바르셀로나에서는 내 온몸을 불사를 것이다.

<신상명세서>
▲생년월일=1970년 6월17일
▲신체조건=1m67㎝·56㎏, A형
▲학교=구암국교-봉천중-혜성여고-한체대
▲국가대표=89년 선발
▲가족사항=이점교(48), 박오례(49)씨의 2녀 중 막내
▲취미=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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