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생일파티 이렇게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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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생일에 반 친구 8명을 집으로 초대했던 최수정(40.서울 가락동)씨.

최씨가 생일파티를 위해 준비한 건 '식빵 피자' 재료가 전부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대만족. 직접 재료를 썰면서 서툰 칼질에 깔깔 웃고, 서로 만든 피자를 품평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최씨는 "음식 장만을 하지 않아도 돼 편했고, 아이들이 다 같이 요리를 하는 색다른 경험을 해서인지 반응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엄마들은 다가올 아이 생일을 어떻게 치러야할까 벌써 걱정이다.

요즘 생일파티는 아이 교우관계를 다져 주는 자리이자 엄마들끼리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도 요긴한 자리다.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초대하거나, 실내 놀이터 같은 장소를 대여해 놀다가 PC방.노래방에서 뒤풀이를 하는 게 일반적. 음식부터 프로그램까지 엄마 대신 죄다 준비해 주는 생일파티 전문업체를 집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다른 집 파티와 엇비슷하다는 아쉬움이 크다. 큰돈 안 들이면서도 기억에 남을 만한 이색 파티는 없을까. 엄마들의 사례와 전문가 조언을 들어 봤다.

사진 제공=펀파티.이벤트 두근두근.진진(파티전문업체)

# 야외 파티, 실컷 뛰어놀자고요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 아이들을 초대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점 중 하나가 아래층에 미칠 소음 문제다. 이럴 때 한여름이나 한겨울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야외로 눈길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본지 패밀리 리포터 김은주(39.서울 잠실동)씨는 지난해 봄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초등 2학년생 둘째딸의 생일파티를 치렀다. '생일을 축하합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나무에 거니 파티장 분위기가 물씬 났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김밥.치킨.피자 등을 올린 교자상을 놓았다. 분위기가 좀 흐트러진다 싶으면 잠깐씩 레크리에이션 지도를 해 아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채선미(37.서울 이촌동)씨도 지난해 일곱 살 난 딸의 생일을 한강둔치 놀이터에서 치렀다. 채씨는 "야외에서 하니 한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이더라"라고 말했다.

# 먹기만 하는 파티? 테마 파티 어때요

주제를 정해 파티를 준비하는 것도 아이들 기억에 오래 남는다. 최수정씨처럼 요리 재료를 준비해 아이들이 손수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미취학 아동들이 손님이라면 양미영(39.서울 이촌동)씨처럼 애벌레 인형 만들기를 해볼 수도 있다. 아이마다 이야기를 꾸며 차례로 구연을 하는 '동화나라 파티'도 있다.

본지 패밀리 리포터 황혜련(41)씨는 이달 초 치른 딸(11)의 생일을 '게임 파티'로 꾸몄다. 참석자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림보.윷놀이.쟁반노래방 등을 겨뤘다. 이긴 팀은 황씨가 미리 준비한 답례품을 먼저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 일대일로 경쟁을 붙이면 분위기가 한결 고조된단다.

파티 전문 업체 진진의 박경진 대표는 "엄마 옷이나 친구들의 옷을 입어 보는 실내 패션쇼를 해보는 '의상실 파티'나 '보드게임 파티'도 해볼 만하다. 야외라면 엄마가 도우미가 돼 '보물찾기 파티'나 '운동회 파티'를 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파티 전문 업체 썬키즈의 윤의순 이사는 "평소 쓰던 물건을 맞바꾸는 바자를 생일파티와 접목하는 '물물교환 파티'는 절약습관도 키워 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어른 손님'들도 한몫 끼세요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엄마들이 대개 파티에 따라온다. 주최자로서는 '어른 손님'들도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게 사실. 어른용 음식으로는 아이들 것 외에 한 가지 정도만 더 준비하면 무난하다. 참석한 부모 중에서 레크리에이션 지도를 해주거나 마술쇼 등 간단한 여흥을 준비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아이들의 주목도가 높아진다. '어른 손님'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들 파티는 아랑곳없이 자기들끼리 수다 보따리를 풀어서는 안 된다는 것.

같은 달에 생일을 맞는 아이들끼리 공동으로 파티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참석자 수가 많아도 엄마 여러 명이 공동으로 주최하니 아이들을 돌보기도 한결 편하다. 비용도 덜 든다.

최유정 패밀리 리포터

◆이런 것 조심하세요

.반 아이들을 전원 초대하는 대규모 파티는 피하자- 20명을 넘어가면 파티 분위기가 헝클어지기 십상이다. 평소 아이가 사귀고 싶어 했던 몇 명을 초대해 공차기나 게임 등 즐거운 경험을 공유하게 하면 단짝 친구로 발전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이벤트'를 원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자-아이들에게 생일파티는 더도 덜도 아닌 '노는 자리'다. 꼭 이벤트 업체를 불러 그럴듯한 이벤트를 보여줘야 제대로 된 파티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 윷놀이.보드게임이나 노래방기기 등 놀잇감만 갖춰 주면 아이들은 신나게 놀 수 있다. 예컨대 생일 맞은 아이의 성장과정을 볼 수 있는 사진을 슬라이드로 틀어 주는 것도 아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이벤트다.

◆평범한 우리 집, 특별한 파티장으로 바꾸려면

1. 우리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라-풍선.꽃.캐릭터 등으로 공간 연출을 할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색을 두세 가지 선택해 꾸민다. 벽이나 천장에도 좋아하는 캐릭터 사진을 오려 붙이거나 매단다.

2. 포인트 장식으로 돋보이게-꽃이나 미니 화분을 상에 올려놓으면 훨씬 돋보인다. 꽃이 힘들다면 포크나 숟가락에 전체 분위기와 동일한 색상의 리본을 묶는다. 자리마다 참석하는 아이들의 이름 카드를 놓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

3. 아이들의 나이와 성격을 고려해 주제를 정한다-초등학교 고학년이 될수록 파티를 시시해 할 수도 있으니 주제를 정해 분위기를 이끌어준다. 예컨대 스포츠 파티는 연령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 자신만의 동화를 지어내는 동화나라 파티는 7세 이상, 보드게임 파티는 8세 이상이면 가능하다.

◆도움말=파티 전문 업체 진진 박경진 대표, 중앙일보 패밀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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