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한자학습길라잡이] ⑩ 그림 공부에서 한자 급수 시험까지<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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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최○○양 한자 3급 합격'.

간혹 한자 신동에 관한 기사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요즘의 한자 열풍 중심에는 초등학생이 있다. 시대가 바뀌고 동아시아 시장이 부상하면서 한자 능력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데 따른 현상이다. 앞으로 한자 신동들이 계속 나올 것이고, 쉽고 재미있는 한자 학습을 위한 요구 또한 늘어만 갈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재 내용을 점검하면서 바람직한 한자 학습법을 정리해 본다.

◆그림과 놀이로 한자를 시작하라=회초리를 맞아가며 무조건 외우던 시대는 지났다. 공부는 재미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한자는 그림에서 출발했다. 그림문자인 상형자부터 공부를 시작해 보라. 대체로 상형자는 획순이 적고 주변의 생활 한자에 많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꾸민 한자 책이나 한자 학습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만화나 삽화, 한자 카드 등을 이용해 쉽고 흥미롭게 만든 한자 교재가 많다. 컴퓨터를 좋아하는 어린이라면 인터넷을 활용하면 된다. 인터넷 한자 학습 사이트에는 한자를 이용한 각종 놀이와 게임들이 있다.

◆기초 지식을 쌓으면 부수로 배우라=한자 공부의 으뜸 방법은 부수로 배우기다. 한자의 기초 지식을 쌓은 다음에는 부수를 통해 한자를 배우도록 한다. 부수 찾기로 배우면 한자를 체계적으로 익힐 뿐만 아니라 유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때 반드시 자전을 활용하는 게 좋다. 부모가 곁에 없어도 스스로 한자를 찾을 수 있게 된다.

한자를 읽는 데서 나아가 직접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순서에 따라 쓰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라. 모든 일에는 질서가 있듯, 한자 쓰기에도 기본적인 차례가 있다. 필순에 따라 쓰면 막히거나 끊어짐이 없고, 빠르고 쉽다. 다만 필순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므로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표 참조>

◆다른 글자와 짝 지워 한자를 배워라=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것보다는 하나를 배워 둘을 아는 것이 낫다. 한자를 다른 글자와 짝 지워 배우면 능률적이며 단조롭지 않게 된다. 예컨대 흰 백(白)을 배우면 백설(白雪), 백미(白眉), 백야(白夜) 등 관련 한자어를 함께 배우도록 한다. 또 기왕이면 반대말인 흑(黑)이나 비슷한 말인 흴 소(素)를 함께 익히면 좋다. 이런 요소들을 잘 수록하고 있는 자전을 선택해 배우면 된다. 발음은 같되 뜻이 다른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도 함께 배우면 좋다.

교과서나 신문을 활용해 문장 속에서 한자어를 배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문장 속에서 글자를 배우면 어휘의 쓰임새를 정확하게 이해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

◆한자 급수시험에 도전하라=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자녀가 한자를 열심히 배웠다면 한자능력 급수시험에 도전하게 한다. 공인 급수 취득을 최종 목표로 삼아보도록 하라. 전국적으로 10여 개의 한자 시험 단체가 있으며 국가 공인 단체만도 여섯 곳이다.<표 참조>

대체로 등급은 사범 혹은 1급에서 8급까지 있으며, 공인 급수와 교육 급수로 나뉜다. 국가공인 급수를 따면 국가 자격증과 똑같은 취급을 받고 학교생활기록부의 자격증 난에 기록된다. 한자시험 자격증을 따면 대학입시에서 유리한 대학들이 있으며 입사 시험 때 가산점을 주는 기업체도 많다. 최근의 한자 열풍은 이런 상황이 반영돼 있다. 전체 응시자 가운데 초등학생 비율이 70%에 가깝다고 한다.

단체마다 1년에 3~5차례 시험을 실시하므로 홈페이지를 참조해 형편에 맞게 응시하면 된다. 온라인으로도 지원이 가능하다. 무리한 욕심에 무턱대고 높은 급수에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험 치를 기회가 많으니 자기 수준을 고려해 차근차근 높은 급수를 따는 것이 좋다. 시험 내용은 독음 알기, 반의어와 유의어 고르기, 동음이의어, 부수, 필순, 뜻풀이 등이다. 지금까지 연재한 내용을 충실히 따른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다.

박수밀 한국언어문화학회 연구이사·한양대 국문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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