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주도권 싸움에 발목 잡힌 미래 성장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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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소프트 산업 육성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의 갈등 및 이로 인한 행정 역량 낭비를 지적하고 나섰다. 게임.영상산업과 애니메이션 등 차세대 한국을 먹여살릴 산업들을 놓고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중복 투자와 대외 신뢰도 하락 등의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최근 발간한 '차세대 먹거리 7대 소프트 산업 육성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정원은 이 보고서를 최근 청와대를 비롯해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문화부.정통부 등 관련 부처에 전달했다.

보고서에서 국정원이 꼽은 7대 산업은 게임.영상.애니메이션.모바일 콘텐트.디자인.캐릭터.공연산업이다. 게임 산업의 경우 문화부-정통부의 주도권 다툼으로 정부의 지원체계가 비효율적인 것으로 지적됐다. 두 부처는 2001년 업무 조정회의에서 디지털 콘텐트 식별 체제는 정통부, 게임 산업은 문화부가 담당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문화부는 문화 산업, 정통부는 IT 산업 주관부서임을 내세워 각자 게임 대회, 백서 발간, 해외시장 개척 등을 중복 시행하고 있다. 문화부는 2001년부터 세계 게임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대회(WGC)를 후원하고 있다. 정통부도 2004년부터 국산 온라인 게임 홍보를 목적으로 국제온라인게임대회(IOGC)를 주관하고 있다. 이 행사는 2006년부터 '게임앤게임월드챔피언십(GNGWC)'으로 바뀌었지만 정통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주관한다.

국산 게임 수출을 놓고도 혼선을 빚고 있다. 문화부가 지난해 미주.동남아에 해외시장 개척단을 파견하자, 정통부도 해외 비즈니스 상담 명분으로 동남아.미주를 방문했다. 게임 산업과 관련해 문화부는 135억원, 정통부는 90억원의 예산을 한 해에 쓴다. 국정원은 "중복 투자와 비슷한 행사의 이중 개최로 국고가 낭비되고 있고, 해외에서 혼선과 불신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콘텐트 산업도 방송위원회와 정통부로부터 이중 규제를 받는다. ▶방송위원회의 디지털 멀티미디어이동방송(DMB) 콘텐트 심의▶정통부 산하 소프트웨어진흥원의 디지털 콘텐트 현지화 사업▶정보통신윤리위의 DMB.인터넷방송 심의 등이 그런 유사 규제들이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산자부와 문화부가 관련 정책을 펴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포괄적 정책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서울대 최병선 행정대학원장은 "정책 결정자 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조정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경호 기자

[알려왔습니다]
국가정보원은 3월 27일자 1면의 '정부 부처 주도권 싸움에 발목 잡힌 미래 성장산업' 기사와 관련, "국정원의 '차세대 먹거리 7대 소프트산업 육성 방안' 보고서는 미래 유망 산업의 전략적 육성 방안을 종합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 기사가 부처 간 행정력 낭비에 초점을 맞추는 등 일부 내용만 부각해 결과적으로 보고서 취지를 훼손시켰다"며 유감을 표명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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