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를 휩쓰는 송유관 폭파 테러(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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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외자밀물에 반발 “자해”/반정 게릴라/5년간 백92건… 생태계 파괴
남미의 대표적 석유생산국인 콜롬비아에서 「환경테러」에 의한 환경오염이 공개적으로 발생,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콜롬비아 반정부 좌익게릴라들이 해외자본의 석유산업 장악을 반대,이 나라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송유관을 폭파하고 있는 것이다.
콜롬비아에는 이미 송유관 폭파로 인해 흘러나온 원유가 인근 하천과 농지를 뒤덮은 상태다.
지난 5년간 콜롬비아 전체에서 게릴라들에 의한 송유관 폭파는 총 1백92건에 유출된 원유의 양만해도 약 81만 배럴에 이른다.
사상 최악의 원유유출사건이라 불리는 지난 89년의 미국 알래스카 해안지역의 원유유출사고때 보다 세배이상 많은 양이다.
최근에도 지난달 16일 베네수엘라국경 근방의 카뇨리몬유전과 카리브해의 항구 고베냐스를 잇는 송유관 일부가 파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폭파사고로 1만배럴이나 되는 원유가 유출,일부는 화염에 휩싸였고 나머지는 인근 올강에 흘러 들어갔다. 올강은 이웃한 베네수엘라의 말라카이보호수로 흘러들어가는 하천이어서 베네수엘라 당국도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콜롬비아 석유공사의 호세 수아레스홍보관은 올해만도 60여회의 송유관 폭파사건이 발생,6일에 한번꼴로 재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석유시설을 공격하는 단체는 민족주의 게릴라조직인 민족해방군(ELN)이다. ELN은 콜롬비아의 석유개발과 생산에서 외국기업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에 반발,외국자본 추방과 모든 원유의 국유화를 요구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원유의 탐사 및 개발권을 외국기업에 인정해주고 있다.
가리비아 대통령은 『석유사업을 국유화할 경우 학교·병원·도로 등의 건설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국유화론을 배격하고 있다.
막상 송유관 주변의 마을 사람에게는 송유관 파괴가 이익이 되는 경우가 있다.
원유제거에 필요한 인원을 인근 마을에서 고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유제거작업에 동원된 인부들이 석유공사로부터 받는 보수는 3백달러 정도다. 콜롬비아의 월평균임금이 1백15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목돈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이들 마을 사람들은 몸이 원유에 잠기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작업에 열심이다.
그러나 강·농지에 흘러들어간 원유가 생태계와 주민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더이상의 송유관 파괴를 막는 길은 정부와 게릴라단체가 협상을 통해 평화를 정착시키는 길 뿐이다. 그러나 지난달 정부와 게릴라조직간의 평화교섭이 깨지는 바람에 게릴라조직의 송유관 파괴활동은 오히려 격화되고 있어 안데스의 울창한 정글과 맑은 강의 오염을 막고자하는 콜롬비아국민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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