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훼손되면 사회도 병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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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인간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산털보」로 통하는 환경단체 「자연의 친구들」대표 차준엽씨(42)가 환경 담당기자들이 선정하는「올해의 환경인」으로 19일 뽑혔다.
설악산과 오대산사이 산골에서 자연과 벗하다「올해의 환경인」선정소식을 듣고 27일 서울에 온 차씨는 『자연의 무분별한 훼손·파괴가 사회범죄를 일으킨다』며 자연생태계의 보전 필요성을 나름대로 강조했다. 『안개 자욱한 산이 눈앞에 보이고 여름 매미울음 소리가 늘리던 어릴적 마을을 어른이 돼 찾았을 때 파괴된 자연환경을 보고 받은 충격때문에 자연에 미치게 됐지요.』 그래서인지 그는 불혹을 넘긴 이때까지 자연을 벗삼아 혼자 산다.
직업도 없고, 따라서 수입도 없는 「완벽한 무산자」로 통한다.
올해4월 북한산 은행나무를 살리기 위해 열이틀간 단식하기도 했던 차씨는 『환경문제는 PPM등 알기도 힘든 용어로 설명되는 공해의 물리적 현상 이전에 우리 민족의 기·맥과 자연의 조화를 우선 염두에 둬야한다』고 다소 알듯말듯한 이론을 폈다.
그러면서 『「자연의 친구들」회원이기도 한 독일 베를린대 환경 경제연구소장 베히만교수는 우리나라의 풍수지리·기·맥의 개념을 환경영향평가에 적용하려는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고 전했다.
어릴때 살던 서울 세검정 일대가 70년대초 개발 바람을 타고 다이너마이트로 「무섭게」 파괴된데 쇼크를 받고 서울 인창고를 마친뒤 공사판 막일꾼·포장마차 운영 등으로 손에 목돈이 쥐어지기만 하면 「자연파괴자」들과 맞서기 위해 미친사람처럼 현장으로 뛰었다는 것이 털보 차씨의 이력서 전부다.
『보잘것 없는 인생이지만 자연파괴가 줄어드는 보람으로 산다』는 그는▲설악산일대의 콘도미니엄 건설을 위한 자연훼손 현장 ▲세계잼버리대회장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반대 캠페인 현장등에 감초처럼 모습을 드러내왔다.
올해 「북한산 은행나무살리기」로 상징되는 그의 북한산지키기 운동은 각계각층의 호응을 얻었으며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서울시가 북한산 국립공원 1km안 공동주택의 신축규제를 지난7월 입법예고하는등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었다.
그는 『지난86년 북한산속에 묻혀 자연보전운동을 하다 한참만에 하산해 보니 그날이 바로 아버지의 삼우제 날이었던게 가장 가슴아픈 추억』이라며 『앞으로 힘이 생기면 어린이·주부들에게 자연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자연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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